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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만하고 싶습니다"…세월호 생존자가 尹에 호소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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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일하는데 죽은 환자의 보호자가 우는 모습을 볼 때 부모님 모습이 겹쳐 보여. 많이 힘드실거야. 꿈에 나와서 한번 껴안아주고 가.”
응급구조사 장애진(25)씨가 편지를 읽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켰다. 장씨는 8년 전 수학여행 가는 길에 단원고 친구들을 떠나 보낸 세월호 참사 생존자다. 무대에 선 장씨가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유가족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장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하라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저도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 정부가 진상규명 위해 한 일이 어떤 게 있느냐”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유가족 여한이 남지 않게 수사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8주기 기억식…방역지침 따라 299명만 참여

16일 오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아이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추모식 대신 ‘기억식’이라는 표현을 쓴다. 올해엔 처음으로 체험 행사와 추모 공연 등으로 구성된 전야제가 15일 열리기도 했다.

주최 측은 방역 상황을 고려해 유가족을 중심으로 299명만 행사에 초청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자리를 지켰다.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 경기지사로 출마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김은혜 의원 등도 행사장을 찾았다.

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동안 정부 뭐했나. 진상규명 완수해달라”

기억식은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해 추도사와 기억 영상 상영, 참사 생존 학생 장애진씨의 편지낭독,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김 총리는 추도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비용 절감과 불편, 탐욕, 무능력이 부른 비극이다. 정부는 참사 10주기인 2024년까지 4·16 생명안전 공원이 건립될 수 있도록 끝까지 꼼꼼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3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완수했는지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말하겠다”며 “반드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인근에 조성 중인 국민해양안전관에 기억과 기다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됐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인근에 조성 중인 국민해양안전관에 기억과 기다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됐다. 연합뉴스

온·오프라인서 이어진 세월호 기억 물결

행사장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천에서 온 대학생 김주영(23)씨는 “중학생 때 텔레비전으로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생긴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다. 조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응원을 보태러 왔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안학순(66)씨는 “아직도 8년 전 기억이 선해 매년 기억식에 오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서 4월만 되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전남 진도 맹골수도 바다에선 선상 추모식이 진행됐다.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에도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세월호 온라인 기억관에는 이날 오후까지 8만 6000명 이상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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