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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띄운 싱가포르 웡 재무장관, 리셴룽 총리 후임 낙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최전선에는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에 맞서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싱가포르 국민에게 감사를 표현하기에는 어떤 말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차기 총리로 낙점된 로런스 웡 재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싱가포르 차기 총리로 낙점된 로런스 웡 재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로런스 웡(49) 싱가포르 재무부 장관은 지난 2020년 3월 의회에서 몇 번이나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물을 마시고 휴지로 눈가를 닦아도 북받치는 감정을 진정하지 못해 2분 동안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의원들이 팔걸이를 두드리며 그를 지지하자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사무적이었던 웡 장관이 인간적으로 보였던 순간"이라고 했다. 많은 싱가포르인이 그의 목멘 연설에 박수를 보냈다. 이후 매체는 "웡 장관은 언젠가 총리 후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런스 웡 재무부 장관, 싱가포르 차기 총리 낙점 

그리고 지난 14일 리셴룽(70) 싱가포르 총리가 자신의 후계자로 웡 장관을 낙점했다. 리 총리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당원 회의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웡 장관을 새로운 리더로 선택했다. 웡 장관이 싱가포르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확신하다"고 썼다. 싱가포르는 지난 1965년 독립 이후 현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집권하고 있는데, 총리는 PAP 지도부의 논의나 소속 의원들의 추인을 통해 뽑혀왔다. 총리직 이·취임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웡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4세대 그룹을 이끌라는 부름을 받은 것은 영광"이라며 "다른 4세대 그룹 인사들과 함께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웡 장관은 PAP를 이끄는 젊은 정치 지도자들인 이른바 '4세대 그룹'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싱가포르 빅토리아 주니어 칼리지에 입학한 뒤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해 경제학 학사·석사와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7년부터 공직 생활을 했고, 지난 2011년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코로나19 사태 수장 맡아 ‘위드 코로나’ 이끌어 

지난 1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들이 셀프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들이 셀프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닛케이 아시아는 이날 "웡 장관이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응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달 초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함께 살기)'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고 전했다. 웡 장관은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 직후 구성된 정부 합동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을 맡았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2011년부터 정계에 몸담은 웡 장관은 당시 언론의 큰 관심을 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으로 임명됐을 때 의외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웡 장관은 산업통상부·재무부·보건부 등 공직에서 갈고 닦은 꼼꼼한 일처리로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갔고, 점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가개발부 장관이었던 그는 2020년 7월 교육부 장관을 거쳐 2021년 5월에는 정부 핵심인 재무부의 수장이 됐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예산안을 무리 없이 짜고 이를 국민에게 잘 설명해 소통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70세 리셴룽 총리, 18년 임기 마치고 물러날 준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로써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의 장남인 리 총리는 2004년 취임한 이후 18년 만에 총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리 총리는 지난 2015년 자신이 70세가 되는 2022년에는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후 4세대 그룹에 있는 웡 장관을 비롯해 찬춘싱(52) 교육부 장관, 옹예쿵(52) 보건부 장관 등을 주요 장관 자리에 앉혀 국정 운영 역량을 시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차기 총리 발표가 계속 미뤄지다가 최근 상황이 안정되면서 마침내 퇴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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