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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가치가 최우선? 30년 경영현장에서 지켜본 기업의 속살[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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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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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불변의 원칙
이병남·김양우·신규섭 지음
시공사

여기, 30년 가까이 여러 기업 경영을 개선하는 일을 했던 이가 들려주는 내밀한 이야기가 있다.

“모 기업의 오너와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다보면, 상장사일지라도 반드시 주가 상승을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차피 기업의 지배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시설 투자나 추가 성장을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부담이 늘어나거나, 증자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지분율이 희석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경영권 세습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요새 이곳저곳 주가 하락에 마음 아픈 주주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이야기다. 겉으론 주주 가치를 최우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다른, 기업의 이면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기업의 속살을 보여주는 사례가 곳곳에 등장한다. 저자는 15년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대표를 역임했던 이병남 IMM인베스트먼트 인터내셔널 대표와 김양우 SG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신규섭 IMM인베스트먼트 이사다. 집필을 주도한 이병남 대표는 “직장 생활을 10년쯤 한 분들이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자신의 현실에 기초해 변화와 혁신, 도전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책에는 3~4년간 엄청난 적자를 겪던 해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회생 계획을 논의한 경험도 등장한다. 이 CEO는 설비투자에 대한 과거 예측과 논리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했고 새로운 방식은 불편해했다. 보다 못한 저자는 『불타는 투혼』을 전달했다. 일본 경영사에 길이 남을 회생 성공 사례에 관한 책이다. 읽어봤는지 그 CEO에게 묻자 답변은 이랬다. “그래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생각은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이 기업은 이후 경영진이 세 번 이상 교체됐다고 한다.

결국 저자들이 강조하는 건 책 제목대로 ‘상식’. 성공하는 기업이 되려면 상식을 견지하고 외나무다리를 걷는 것처럼 엄격한 잣대로 실수를 돌아보고 탁월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거다.

기업 성과, 총주주수익률로 측정한다면

저자들은 기업 지배 구조 문제에도 천착한다. 한국 기업 이사회의 경영진은 실질적으로 대주주와 오너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의사 결정을 내린다. 두 기업의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해 대주주에게 유리한 구조를 만든 사례,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사례, 지배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강화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기업에서 당장 내부자금으로 투자해야하는 긴급한 투자처가 있음에도 상속이나 대주주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현금 배당을 강행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성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기업 성과를 총주주수익률(TSR)로 측정할 것을 제안한다. 시가총액의 변동분에 주주에 대한 환원정책을 모두 더한, 즉 주주가 기업에 투자한 기간 동안 확보하게 되는 총수익의 합으로 표현하자는 것이다. 투자 의사 결정의 주체인 주주들은 기업 성과에 기초해 적절하게 보상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제시한다.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인수합병하라’, ‘시스템과 관행을 3년 주기로 갈아엎어라’, ‘가치 창출만이 모든 판단의 시작과 끝이다’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어설프게 흉내내지 말라’, ‘B급 경영 성과를 A급이라고 우기지 말라’ 등이다.

왜 굳이 지금 상식을 이야기할까. 저자들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초일류로 갈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 같은 큰 위기 이후 바뀌게 되는데, 경제 전반과 주요 산업 단위에서도 여러 본질적 질문과 현실적 해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변화와 혁신, 도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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