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채꽃도 갈아엎었는데…" 관광객 몰린 꽃구경 명소 '죽을 맛'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유채꽃밭 갈아엎고 축제 취소

강원 삼척시는 최근 동해안 최대 봄꽃 축제인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를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년부터 3년째 행사를 접었다. 삼척시는 또 근덕면 상맹방리 유채꽃밭을 모두 갈아엎었다. 총 7㏊에 달하는 농경지에 핀 꽃을 그대로 두면 관광객이 몰려들 가능성이 커서다.

강원 삼척시가 근덕면 상맹방리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삼척시는 유채꽃밭에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코로나19 감염 예방차원에서 유채꽃밭을 갈아 엎었다. 사진 삼척시

강원 삼척시가 근덕면 상맹방리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삼척시는 유채꽃밭에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코로나19 감염 예방차원에서 유채꽃밭을 갈아 엎었다. 사진 삼척시

유채꽃을 갈아엎었는데도 방문객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유채꽃밭 주변 도로를 따라 2.5㎞가량 이어진 왕벚나무 꽃을 구경하기 위한 행렬이다. 삼척시는 ‘주정차 안돼요! 차 안에서 벚꽃 감상해요’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드라이브로 차 안에서 벚꽃을 감상해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삼척시 관계자는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채꽃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는데 벚꽃을 구경하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축제 취소에도 꽃놀이 인파로 ‘북새통’ 

올해로 3년째 전국 곳곳의 꽃 축제가 취소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이 주말과 휴일이면 대거 야외로 향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꽃놀이 명소마다 방문객들이 이어지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취소를 검토하던 축제를 강행하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 벚꽃길에 "차 안에서 벚꽃을 감상하세요"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 삼척시

강원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 벚꽃길에 "차 안에서 벚꽃을 감상하세요"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 삼척시

경남 창원시는 올해까지 3년째 진해 벚꽃축제를 열지 않았는데도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지난 3월 26일부터 열흘간 여좌천과 경화역 등 벚꽃 관광지에 25만 명이 다녀간 여파다. 지난해 개화기간 일주일간 방문객이 8만8000여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축제 취소에도 방문객이 몰리자 공무원들이 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창원시 일부 직원은 교통통제 및 방역 등을 위해 하루 8시간씩 일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예년 행사 때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또 나가야 하냐’라는 불만이 나와 올해는 직원 수는 최대한 줄이고 자원봉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축제 때와 다름없는 인력지원" 

지난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 일대에 벚꽃 잎이 흩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 일대에 벚꽃 잎이 흩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광양 매화마을은 지난 3월 매화꽃이 피는 동안 59만5455명이 찾았다. 이곳에서 열리는 ‘광양매화축제’를 지난 1월 일찌감치 취소했는데도 연일 인파가 몰렸다. 매화꽃이 핀 지난 3월 한 달간 교통정리와 방역을 위해 시청 공무원과 경찰, 모범운전자회 등 20~57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광양시 한 공무원은 “시청 직원 등을 포함해 축제 때나 다름없는 인력 지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도 매년 4월 충주호와 청풍호에서 열던 벚꽃축제를 3년째 취소했다. 축제 취소에도 벚꽃 군락지에 방문객들이 몰리자 공무원들이 주말·휴일마다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등 계도활동을 펼쳤다. 벚꽃이 만개한 지난 주말에는 청풍면 물태리 면 소재지 부근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도로가 정체되기도 했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을 찾은 상춘객들이 봄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뉴스1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을 찾은 상춘객들이 봄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뉴스1

인천 강화군은 올해 ‘고려산 진달래 축제’를 취소했다. 주말에만 전국에서 10만 명이 넘게 찾는 강화군의 대표 축제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진달래 식생 보호를 위해 접었다. 강화군은 축제 취소에도 상춘객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진달래 개화 시기인 오는 24일까지 고려산 등산로와 인근 주차장을 폐쇄했다. 또 등산코스를 향하는 차를 통제하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남대 영춘제 등 축제 열기도 

반면 꽃 축제를 강행하는 지자체도 상당수다. 충북도는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에서 오는 16일부터 3주간 봄꽃축제인 ‘영춘제’를 연다. 1983년 대청호변에 조성된 청남대는 2003년 일반에 개방된 뒤 13.7㎞ 길이 탐방로와 대통령기념관 등을 만들어 연간 80만 명의 관광객을 맞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밝힌 후 청남대도 덩달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청남대 전경. 중앙포토

청남대 전경. 중앙포토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상춘객을 맞이하기 위해 백묘국·비올라·마가렛 등 5만5000여 본을 심었다. 이곳엔 영산홍을 비롯한 143종의 야생화와 들꽃도 있다. 야외 헬기장과 대통령기념관 2층에는 동호회원 등이 만든 수목분재, 서각작품, 야생화 작품 등을 전시한다. 김찬중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 담당은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4월 들어 방문객 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며 “영춘제가 열리면 10만여명이 청남대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 안면읍 꽃지해변에 자리한 코리아 플라워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장. 사진은 튤립으로 만든 공작 조형물. 전 세계 100여 종의 튤립을 감상할 수 있는 이 박람회는 다음 달 9일까지 계속된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 안면읍 꽃지해변에 자리한 코리아 플라워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장. 사진은 튤립으로 만든 공작 조형물. 전 세계 100여 종의 튤립을 감상할 수 있는 이 박람회는 다음 달 9일까지 계속된다. 연합뉴스

충남 태안군은 지난 9일부터 2개의 축제를 연다. 오는 5월 9일까지 안면읍 코리아플라워파크에서 진행되는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와 오는 24일까지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에서 여는 목련축제다.

세계튤립꽃박람회장에서는 전 세계 100여 종의 튤립을 감상할 수 있다. 코리아플라워파크는 서해안 3대 낙조로 유명한 꽃지 해변에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목련축제에서는 백목련과 자목련을 비롯한 다채로운 목련과 수목원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봄꽃. 연합뉴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봄꽃. 연합뉴스

전남 함평군은 오는 29일부터 ‘제24회 함평나비대축제’를 개최한다. 매년 30만 명이 찾는 전남권 대표 축제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취소된 행사다. 함평군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자체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전남 구례군 섬진강변 도로에서 관광객들이 만발한 벚꽃길을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3일 오후 전남 구례군 섬진강변 도로에서 관광객들이 만발한 벚꽃길을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