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 자산 187억 넘어야 부자"라는 그들, 평균 78억 자산 보유

중앙일보

입력

한국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 10명 중 5명은 올해 실물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절반 이상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고, 주식시장 하락을 전망한 부자도 10명 중 3명이나 됐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 10명 중 5명은 올해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을 보는 관점도 부정적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 10명 중 5명은 올해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을 보는 관점도 부정적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한국 부자 보고서(Korean Wealth Report)’를 13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708명과 대중부유층(금융자산 1억~10억원) 927명 등 총 19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부자들은 올해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의 절반 이상(56%)은 올해 실물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실물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대중부유층은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48%였다.

부자 중에서도 자산 규모가 클수록 실물 경기를 부정적으로 봤다. 자산이 10억~30억원인 부자 중 경기 회복을 전망한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50억원 이상 자산가의 예상은 더 부정적이었다. 16%만이 경기 회복을 예상했다.

부자들의 올해 경기 전망-실물경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자들의 올해 경기 전망-실물경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두웠다. 부자 중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11%에 그쳤다. 안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9%였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대중부유층은 17%로 부자보다는 다소 높았다. 올해 주식시장 하락을 전망한 부자는 30%로 대중부유층(19%)보다 주식 시장을 더 비관적으로 봤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부자들의 금융 자산 구성도 달라졌다. 현금과 예금비중은 2019년 41%에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6%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39%로 다시 줄었다. 주식 비중이 2019년 16%에서 지난해 27%로 늘어난 결과다.

부자들의 올해 경기 전망-부동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자들의 올해 경기 전망-부동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기간 중 자산을 늘린 부자도 많았다. 이 기간 자산이 10% 이상 증가했다는 부자는 29%나 됐다. 대중부유층(29%)과 금융자산 1억 미만인 일반 대중(12%)보다 높다. 특히 부자 중 자산이 줄었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지만, 일반 대중은 24%가 자산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자가 고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은 부동산과 주식이었다. 10% 이상 고수익을 거둔 부자의 57%는 부동산이 수익의 원천이었다. 주식으로 수익을 본 경우는 26%였다.

부자들의 주식투자 기간은 12년 4개월로 길었다. 평균 주식보유액은 8억2900만원 수준이다. 부자들은 손실이 15%를 넘으면 손절매를 하고, 수익이 23%를 넘어서면 수익을 실현했다. 손절매 타이밍은 대중부유층이나 일반 대중과 차이가 없지만, 수익은 대중부유층(19%)과 일반 대중(15%)보다 높았다.

다만 부자들도 코로나19 기간에는 손실을 본 경우도 많았다. 1억원 이상 수익 실현한 비중도 15%였지만, 손실이 발생한 비중도 44%로 조사됐다.

부자들의 올해 경기 전망-주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자들의 올해 경기 전망-주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산이 크게 늘면서, 부자의 기준도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부자들이 답한 부자의 최소 기준은 총자산 187억원으로 지난해(124억원)보다 63억원 늘었다. 실제 부자가 보유한 평균 총자산은 77억8000만원 수준이다. 보고서는 “강남 지역 30평대 집 한 채 가격이 30억~40억원대인 시대가 돼, 10억원을 가진 백만장자를 부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20~40대 부자인 이른바 ‘영 리치’의 특징도 담겼다. 영 리치는 1인당 66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50대 이상 부자의 자산 규모(80억원)보다는 낮다. 하지만 영 리치의 1인 평균 보유 주택 수는 1.7채로 50대 이상 부자(1.5채)보다 많았다.

영 리치의 자산 형성의 원천은 근로 소득(45%)이 가장 높았다. 사업 소득(23%)과 상속·증여(18%), 재산 소득(15%)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상속을 통해 부자가 된 ‘금수저’ 영 리치의 자산은 128억원으로 근로소득으로 부를 이룬 영 리치(39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4억원 대로 조사됐다. 근로 소득만 있는 경우 2억1000만원을 벌었지만, 근로 소득과 재산 소득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4억5000만원가량을 소득을 낸 결과다.

영 리치의 21%는 가상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50대 이상 부자(5%)보다 4배 많은 수치다. 다만 투자자 대부분(90%)이 1억원 미만을 투자해, 자산 중 투자 비중은 작았다. 영 리치의 47%는 예술작품이나 음원,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로운 투자처에 향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0대 이상 부자가 노동력을 대가로 자산을 축적한 사람이라면 영 리치는 대체로 아이디어로 돈을 번 사람”이라며 “앞으로는 투자 자본이 영리치의 관심 분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