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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만 좋은 세상"…검사들 이래서 '검수완박' 반기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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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정면으로 충돌한 모양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은 현재 검사가 가진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중요범죄 및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단순 폐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검사 수사권을 전제로 설계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등을 대거 손봐야 한다. 형사사법 체계를 뿌리부터 흔드는 대공사지만, 민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검사의 수사권부터 들어내고 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적절한 소추권 행사를 방해해 결국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범죄자들만 좋은 세상”(춘천지검 평검사 일동)이라고 맞선다.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을 톺아봤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검수완박'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은 최강욱·김용민·황운하 의원 등이 참여하는 '처럼회' 회원들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3일 당시 열린민주당 소속이던 최강욱 의원을 비롯, 김용민·윤영덕·황운하(뒷모습)·민형배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전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재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검수완박'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은 최강욱·김용민·황운하 의원 등이 참여하는 '처럼회' 회원들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3일 당시 열린민주당 소속이던 최강욱 의원을 비롯, 김용민·윤영덕·황운하(뒷모습)·민형배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전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①검찰청→공소청

현재 국회에는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수사청(특수청)법이 계류 중이다. 중수청법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검찰청법 폐지안과 공소청법 통과를 전제로, 특수청법은 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정부조직법·국회법·인사청문회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설계됐다. 총론은 ▶검사의 6대 범죄 수사권 등을 신설될 수사청으로 이관하고 ▶검사에겐 공소제기·유지와 관련한 권한만 남기는 내용으로 같다. 하지만 각론은 다소 다르다.

황운하·김용민안(案)은 현행 검찰청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전 세계 역사상 현행 검찰 제도를 폐지한 건 문화대혁명기 중국이 유일하다. 1975년 헌법 개정으로 인민검찰원을 폐지한 중국은 극심한 사회 혼란 끝에 1978년 검찰 제도를 부활시켰다. 두 의원의 안은 완전한 폐지 대신 이름을 ‘공소청’으로 바꿔 검사에 공소 제기·유지,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재판 집행 지휘·감독 등의 권한만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공소청을 대표하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격하해 인사에 관한 권한을 모두 폐지하고, 검사의 신분 보장 조항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역시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별도의 '검수완박' 법안 패키지를 마련해 지난해 대거 대표발의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이 의원의 모습. 뉴스1

역시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별도의 '검수완박' 법안 패키지를 마련해 지난해 대거 대표발의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이 의원의 모습. 뉴스1

②수사권→수사요청권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196조)를 포함해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한 수많은 조항이 담겨 있다. 이수진안(案)은 검찰이라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이러한 형사소송법상 수사에 관한 검사의 권한을 ‘수사요청권’으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검찰청법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 헌법 12, 16조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땐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수진안은 이를 법률에도 명시해 수사 과정에서의 검사 권한을 영장청구권에 국한하도록 한 것이다. 변사자에 대한 검시 권한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대검찰청, 법무부 검찰국 등 검찰 구성원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검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따.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대검찰청, 법무부 검찰국 등 검찰 구성원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검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따. 연합뉴스

③신설 수사청, 與 입맛대로

황운하·김용민안과 이수진안의 공통점은 각각 신설을 주장하는 중수청·특수청의 장(長)을 임명할 때 야당의 거부권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수(특수)청장후보추천위원회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변협)회장과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하고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로 정해 야당 측 2명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청장 후보자를 대통령에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20년 12월 역시 민주당이 완력으로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도 반영돼 있다.

헌법상 검사의 지위를 갖는 특별검사, 공수처 검사, 군 검사의 수사권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도 두 법안의 공통점이다. 이와 관련, 변협은 국회에 “검찰청 검사만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체계정합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고위공직자 등 권력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는 지난달 14일부터 시행한 개정 사건사무규칙을 통해 “공소부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분 아래 공수처장이 지정한 사건에 한해서만 공소부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수사·기소 사이 장벽을 일부 허물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수사·기소’ 분리와 결이 다르지만, 이에 관해선 아무런 문제 제기도 없다.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그대로 두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을 삭제해 검사가 경찰 수사에 일절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박주민 의원안(案)도 논의 중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총장은 11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총장은 11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檢, 11일 전국 검사장회의…'검수완박' 대응 논의

대검찰청은 11일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고 12일로 예정된 민주당의 ‘검수완박’ 관련 정책 의원총회를 앞두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10일 부장검사회의를 열고 부장검사 전원이 “검찰 수사 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범죄 대응 역량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그대로 국민들의 피해로 귀결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검찰 구성원의 집단 반발을 역이용해 ‘검수완박’ 추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도 신중론을 넘어선 반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의총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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