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류현진 도우미, 바로 접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토론토로 이적한 맷 채프먼. [AP=연합뉴스]

토론토로 이적한 맷 채프먼. [AP=연합뉴스]

채드 크루터, 숀 그린, 게리 셰필드. 은퇴한지 10년도 넘게 지났지만 한국 야구 팬들은 이들을 잊지 못한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뛰던 시절 공수에서 도움을 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MLB)가 지루한 노사협상 끝에 8일(한국시간) 개막한다. 11일 첫 등판에 나서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과 2022시즌을 함께 달릴 '류현진 도우미'는 누구일까.

가장 기대를 모으는 새 얼굴은 맷 채프먼(29)이다. 토론토는 지난달 유망주 4명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보내고 채프먼을 트레이드해왔다. 3루수인 채프먼은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 주어지는 골드 글러브를 세 번(2018년·2019년·2021년)이나 받았다. 포지션 전체 최고 수비수가 받는 플래티넘 글러브도 두 차례 수상했다.

이창섭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류현진도 채프먼의 영입을 반겼을 정도로 뛰어난 수비 실력을 갖췄다. 류현진은 특히 내야 땅볼 유도를 잘 하고, 3루수-유격수 쪽 타구가 많다. 안정적인 수비로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프먼의 수비 범위가 넓어 유격수 보 비솃이 더 2루 쪽으로 이동해 수비하면 팀 전체 수비도 강해진다.

채프먼은 타격도 나쁘지 않다. 통산 타율은 0.243으로 낮은 편이나 지난해 27홈런을 쳤다. 2019년엔 36개를 친 적도 있다. 타자친화적인 로저스센터를 홈으로 쓰게 돼 기록 향상도 예상된다. 이창섭 위원은 "토론토가 오클랜드 출신 선수들을 데려와 성공한 사례가 많다. 2015년에 데려와 MVP를 받은 조시 도널드슨(뉴욕양키스)이 대표적인데 채프먼과 포지션도 같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AP=연합뉴스]

간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3)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팬들이 통칭 '블게주'라고 부르며 통산 449홈런을 친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이다. 2019년 데뷔했고, 지난해 48홈런을 터트려 아버지도 차지하지 못한 홈런왕에 올랐다. 투타에서 활약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 밀렸지만,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MLB의 미래다.

블게주는 최근 체중을 감량한 뒤 더 날렵해졌다. 프로필에 기재된 체중은 250파운드(약 113㎏)였지만, 실제 체중은 125㎏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봄에 30파운드(14㎏)를 줄였다. 그러면서 스윙도, 1루 수비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이창섭 위원은 "블게주는 여전히 지난해같은 활약을 해줄 것"으로 예측했다. ESPN은 "게레로가 타점, 홈런, 타격까지 3관왕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범경기 도중 대화하는 류현진과 잰슨. [AP=연합뉴스

시범경기 도중 대화하는 류현진과 잰슨. [AP=연합뉴스

진정한 '깐부'는 대니 잰슨(27)이다. 류현진의 공을 직접 받는 포수이기 때문이다. 잰슨은 유망주 시절 공격력이 인상적이었지만, 빅리그에 올라온 뒤엔 수비력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차분하게 투수를 이끄는 능력이 좋다. 이창섭 위원은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뤘던 A.J.엘리스를 떠올리면 된다. 볼배합과 수비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엘리스는 다양한 구종을 지닌 류현진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준 파트너였다.

아쉽게도 지난 시즌 류현진은 잰슨과 많이 호흡을 맞추진 못했다. 잰슨이 부상을 입어 이탈한 시간도 있었고, 수비형 포수인 리즈 맥과이어를 류현진 경기에 출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프레이밍(스트라이크존 경계선에 걸치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능력)'이 부족한 편이었고, 류현진과 잘 맞지 않았다. 류현진은 지난해 잰슨이 포수 마스크를 쓴 경기에선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으나, 맥과이어가 나온 경기에선 5.17을 기록했다.

토론토 포수 대니 잰슨. [AP=연합뉴스

토론토 포수 대니 잰슨. [AP=연합뉴스

하지만 이젠 잰슨과 함께 나서는 경기가 많아진다. 맥과이어가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또다른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24)가 있지만 잰슨의 비중이 훨씬 높을 전망이다. 이창섭 위원은 "커크는 경험이 부족하지만 타격이 좋다. 포수로는 잰슨이 많이 나오고, 커크는 지명타자로도 활용될 것 같다. 류현진에게는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팀내 최고연봉자 조지 스프링어(33)도 반등을 노린다. 스프링어는 2021시즌을 앞두고 6년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에 토론토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부상 탓에 절반도 안되는 78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와중에도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팬그래프닷컴 기준) 2.4를 기록해 팀내 야수 중 5위에 올랐다.

이창섭 위원은 "스프링어가 시범경기 막판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1번타자로서 지나치게 자신이 돋보이려는 욕심만 버리면 분명히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서로 유니폼을 교환한 알렉 마노아(왼쪽)와 류현진. [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트위터]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서로 유니폼을 교환한 알렉 마노아(왼쪽)와 류현진. [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트위터]

선발진은 싹 바뀌었지만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 4선발 알렉 마노아와 5선발 기쿠치 유세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안착한 마노아는 류현진에게 커터 그립을 배우고, 집까지 찾아올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처럼 동생 같은 느낌이다. 기쿠치는 좌완에다 에이전트(스캇 보라스)도 같다. 기쿠치는 토론토와 FA 계약을 맺은 뒤 "일본에 있을 때부터 류현진을 공부했다. 자주 식사도 하며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토론토는 화려한 멤버들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한다. MLB닷컴은 개막을 앞두고 매긴 파워랭킹에서 토론토를 LA 다저스에 이은 2위에 올렸다. 선발진이 탄탄한 데다 야수진까지 든든하기 떄문이다. MLB닷컴은 '토론토가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강력하고 흥분되는 타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