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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아" 말에 흉기 들었다…의붓딸 살해한 택시기사 전말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폭력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폭력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전주지법, 살인 혐의 징역 20년 선고

지난해 8월 전북 전주에서 30대 의붓딸을 흉기로 살해한 50대 택시기사는 "찌질아"라고 비아냥댄 말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의붓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59)는 지난해 12월 2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7일 오전 10시45분쯤 재혼한 아내 B씨 집에서 의붓딸 C씨(33)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 절단과 고관절 수술을 앞둔 상태였다. 그는 23년 전에도 전처에게 흉기를 휘둘러 처벌받은 전과가 있었다.

판사봉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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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죽자" 전처 흉기로 찔러 '집행유예' 

도대체 A씨는 왜 또다시 흉기를 들게 됐을까.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조사 결과 A씨는 2012년 9월 B씨와 재혼했다. 그러나 7년 만인 2019년 8월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공동 소유인 B씨 집에 드나들었지만 또다시 파경을 맞았다. B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살던 집도 경매로 넘어가서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신청사. 뉴스1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신청사. 뉴스1

아내 "이제 부부 아냐"…집도 경매로 넘어가

이혼 3개월 뒤인 지난해 8월 초. B씨는 집에 들른 A씨에게 "나는 이제 당신과 부부 사이가 아니다"며 "당신은 몸만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 비용을 받아내려고 왔느냐. 이삿짐센터 차량이 올 때 알아서 나가라"고 했다.

살인 사건은 며칠 뒤 B씨 집에서 A씨와 의붓딸 C씨가 마주치면서 벌어졌다. C씨는 경매로 넘어간 어머니 집에서 가전제품 등을 가지러 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날 거실에서 방충망 여닫는 문제로 말다툼을 했다. 이에 C씨는 A씨에게 "빈손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찌질아"라고 말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경찰은 A씨가 이혼과 경매 문제 등으로 B씨에게 감정이 상해 있는 상태에서 의붓딸마저 자신을 모욕하자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당시 부엌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소파에 앉아 있던 C씨 등을 찔렀다. 당시 C씨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흉기에 찔린 채 피를 흘리면서 현관문 쪽으로 갔지만 A씨는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폭력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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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두 딸 등 유족에 지울 수 없는 고통"  

B씨는 현관문 밖에서 이삿짐 정리를 하던 중 뒤늦게 딸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지만, C씨는 오후 12시27분쯤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저혈량성 쇼크였다. A씨가 찌른 흉기가 C씨의 척추를 베고 폐를 관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 직후 집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A씨와 2시간가량 대치한 끝에 그를 검거했다. A씨는 검거 직전 C씨를 찌른 흉기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A씨는 경찰에서 "의붓딸이 평소 아내와의 혼인 생활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나를 무시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중 범행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곤란, 이혼으로 인한 좌절감과 분노를 특별한 잘못 없는 피해자에게 돌려 살해하고, 배우자와 어린 두 딸 등 유족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지울 수 없는 절망과 고통을 가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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