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에 맛깔스런 세계 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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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이란 말은 위험하다. '뭉뚱그린다'는 뜻처럼 개성 있는 맛이 매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퓨전 음식점이라는 곳 치고 맛있는 집 못 봤다"는 말도 나돈다. 그러나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청계산 자락 백운호수 유원지 안에 있는 한식당 '토브'는 보란 듯이 '퓨전 한정식'이란 말을 내걸었다. 그래도 될까.

토브의 매니저인 이석원씨는 빙긋이 웃으면 말했다. "2004년 이 집을 열었고 1 년 만에 청담동에 2호점을 냈습니다. 고객의 호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이씨는 축구선수 안정환씨의 부인인 이혜원씨의 오빠다. 그의 어머니 전봉숙씨가 식탁을 관리하고 이혜원씨는 사장으로 불린다. 온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식당은 백운호수 널찍한 수면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호수가 도로변에 있다. 대지 약 500평에 통유리와 석재로 마감한 2층 건물이다. 1층은 10여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2층은 마룻바닥이다. 안씨와 가족사진이 군데군데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퓨전한정식이란 무엇인지를 묻자 이 집이 준비한 1인당 5만원짜리 한정식 특선 B코스를 내왔다. 우선 요리 종류가 엄청났다.

호박죽에 물김치로 시작해 샐러드와 크림소스 새우 요리, 버섯을 채운 두부요리, 크림소스 새우, 청포묵, 모듬야채구이, 누룽지탕, 밀쌈, 생선 데리야키, 생선회, 훈제오리구이, 소고기 떡갈비, 메로구이에, 밥과 국, 그리고 디저트까지… 촬영을 위해 한 자리에 펼쳐 놓으려니 테이블 두 개로 자리가 비좁았다.

음식의 외관도 볼만 했다.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에 올려진 모양새가 정갈하다. 음식 위에 오르는 웃기도 구경거리다. 무순, 계란 횐자와 노른자, 부추, 연근 튀김, 꽈리 고추, 크레송에 각종 소스 등 장식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나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려고 작심한 듯 하다 .

퓨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것은 샐러드부터. 양상추에 크레송을 얹었고 바닥엔 춘권피 튀김을 깔았다. 샐러드 자체가 양식 메뉴지만 유자 소스를 쓰면서 한정식의 일부로 끌어 들인 것이다.

마요네즈 베이스 크림소스를 얹은 새우 요리는 바닥에 찹쌀로 만든 면 튀김을 깔면서 한정식에 포함됐고 이탈리아 음식으로 나올 법한 야채구이는 간장 소스로 맛을 냈다. 생선데리야키, 훈제오리구이등 일식풍의 음식과 중국식 해물 누룽지탕도 한식과 어울리는 양념으로 변신을 했다. 청포묵과 밀쌈 등 전통적 한식 메뉴도 그대로는 아니다. 순무와 시금치 당근이 색소가 돼 울긋불긋한 색깔을 더했다. 메뉴를 기획하고 개발했다는 전봉숙씨는 "까다로와진 요즘 사람의 입맛에 맞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전씨는 토브를 열 때까지 평생 가정주부로만 살았다고 했다. 그러나 손맛 하나만은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고 그 솜씨로 음식점을 열었다. 사위와 딸의 명예까지 걸린 사업이라 그릇 하나도 가볍게 선택할 수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메뉴는 좀더 간소한 특선 A코스(3만5000원), 토브 정식(2만5000원), 점심특선(1만7000원)등 코스요리에 단품요리도 다양하다. 문의 031-426-7001

# 퓨전 한식'토브' 2인 식사권을 드립니다
중앙리보 프리미엄은 독자 20명에게 3만4000원 상당의 퓨전 한정식집 토브의 2인 점심특선 식사권을 증정한다. 식사권을 원하는 독자는 19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58-9 중앙빌딩 1층 프리미엄팀(우편번호 100-110)으로 응모권을 보내거나 프리미엄 사이트(www.jjlife.com)에서 응모하면 된다.

프리미엄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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