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관 대신 당선인 편든 법무부 “수사지휘권 폐지 논의 참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법무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거듭 공약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법무부 직원들은 새 대통령을 따르겠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를 놓고도 “(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검찰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논란이 발생한 데 공감한다”며 “법률 개정 작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전향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이날 인수위는 한 차례 연기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이날 인수위는 한 차례 연기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뉴시스]

인수위는 29일 오후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인수위는 지난 24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하려 했으나, 하루 전 박범계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데 대해 “무례하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당일 취소했다. 이후 닷새 만에 받은 업무보고다.

이날 업무보고엔 주영환(52·사법연수원 27기) 기획조정실장, 이상갑(55·28기) 법무실장, 구자현(49·29기) 검찰국장, 위은진(50·31기) 인권국장을 비롯한 법무부 주요 실·국장이 보고자로 참석했다.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위원은 업무보고 뒤 진행한 현안 브리핑에서 “큰 틀에서 법무부는 윤 당선인의 공약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최우선 사법개혁 공약으로 꼽히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에서 법무부의 입장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현 정부 들어 세 차례 발동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추미애 전 장관 2차례, 박범계 장관 1차례)은 정치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총장 시절 이를 직접 경험한 윤 당선인의 ‘폐지’ 공약을 두고 박 장관은 지난 23일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며 공개 반대했다.

이날 법무부는 공약 자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명확히 말하진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 중립성과 독립성의 훼손 논란이 일정 부분 발생한 데 대해선 공감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서 법률 개정 작업 등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또 다른 쟁점이 된 ‘검찰 독자적 예산권 부여’ 공약에 대해서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검찰과 경찰의 책임수사제를 확립시키겠다는 윤 당선인 공약에 대해서도 “관련 수사준칙 규정을 수정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선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보였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확대를 반대한다”는 박 장관과 달리 “국민 피해구제를 위해 검경의 책임수사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인수위 측 설명에 동의한 것이다.

인수위는 또 이날 국무총리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신흥안보위원회 설치 방안을 논의했다.

신흥안보위는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사이버 위험 등 새로운 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으로, 이를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겠다는 것은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다. 한 참석자는 “신흥안보위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에 업무보고에서는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지 여러 방향을 검토해 보는 수준이었다”며 “경제분과, 외교안보분과 등으로부터도 의견을 들어 신흥안보위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앞으로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방안도 보고했다. 총리실은 “방침이 결정되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