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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다중피해 사기범죄와의 전쟁…지난해 최소 4조원대 피해

중앙일보

입력

아파테(Apate)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기의 여신’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프라우스(Fraus)로 불렸다. 영어로 ‘사기’를 뜻하는 ‘fraud’의 어원이다.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 때도 돈이 돌고 도는 곳에선 사기와 사기 피해자가 생겨났던 모양이다.

지난해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 

비대면·불특정·다수라는 특성을 지닌 현대사회에선 사기 수법이 무한대로 늘어났다. 지난해 폭력, 절도를 제치고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가 사기(29만2042건)였다. 경찰은 이 중에서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융·통신기법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는 ‘다중피해사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청은 29일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다중피해사기 대응추진단’을 운영하는 등 대응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 전경. 경찰청 제공

국가수사본부 전경. 경찰청 제공

불특정 다수를 노린 다중피해사기 피해 규모는 날로 늘어나는 실정이다. 다중피해사기에는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이버사기, 다단계 등이 포함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0년 7000억원에서 2021년 7744억원, 사이버사기는 2016년 839억원에서 2020년 3326억원(2021년 통계 미취합)으로 늘어났다. 다단계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2020년 2136억원에서 2021년 3조1282억원(최소 2조 원대 피해 ‘브이글로벌’ 포함)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다중피해사기로 인한 피해액만 최소 4조 원대로 추산된다.

국수본 뿐만 아니라 각 시도경찰청에 다중피해사기 전담수사대, 일선서에는 다중사기전담팀이 꾸려질 예정이다. 국수본-시도청-일선서로 이어지는 집중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오는 10월 말까지는 주요 사기 유형별로 집중·특별단속이 실시된다.

보이스피싱 예방 리플릿. 경기북부경찰청

보이스피싱 예방 리플릿. 경기북부경찰청

보이스피싱 8대 범행수단 특별단속 

보이스피싱의 경우 상시로 국내외 범죄조직원 집중검거 단속이 추진된다. 또한 기존 4대 수단(대포폰, 대포통장, 중계기, 불법 환전)에 더해 악성 애플리케이션, 개인정보 불법유통, 미끼문자, 거짓 구인광고 등 8개 범행 수단에 대한 특별단속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20년(3만1681건) 대비 2.2% 줄어든 3만982건을 기록했지만, 피해액수는 같은 기간 7000억원에서 7744억원으로 10.4% 늘어났다.

아울러 사이버사기와 암호화폐 투자 등을 미끼로 한 다단계 범죄도 집중단속 대상이다. 이 밖에도 기획부동산이나 중고차 거래사기, 조직적 보험사기 등 범죄단체를 조직하는 등의 사기도 특별단속에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인정보위-경찰청-개인간 거래 플랫폼 간 업무협약식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인정보위-경찰청-개인간 거래 플랫폼 간 업무협약식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대국민 사기피해 예방 홍보 강화 

경찰청은 올해 1월 4일부터 시행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으로 피해 보전대상 범죄가 대폭 늘어난 만큼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도경찰청뿐만 아니라 일선서에도 범죄수익추적 전담 인력을 배치·운영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배상명령, 소액심판, 지급명령, 법률 지원제도 등 피해회복 절차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중사기방지법’ 제정 등 관련 입법에도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또한 경찰청-한국방송공사(KBS)-금융감독원은 이날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기 피해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최근 사기범죄로 인해 선량한 국민들의 민생 침해가 심각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매우 큰 상황”이라며 “유형별 단속과 피해회복, 법·제도 개선을 통한 예방 등 전방위적인 대응강화 정책을 추진해 다중피해사기 근절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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