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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우버와 뉴욕 택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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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전통적인 업종을 디지털화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빼앗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일부터 택시를 부르고, 데이트 상대를 찾고,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일까지 모두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한다. 빠르고 편리할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 중에서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장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시장이 더 커진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택시를 부르기 쉬워졌다고 한 번 이동할 거리를 두 번 이동하는 게 아니라면 온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축소를 불러오게 된다. 이 둘 사이의 갈등은 디지털 혁신에 내재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온라인 플랫폼 역시 무한정 성장할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외계인이 사는 행성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는 한 모든 서비스는 인구의 숫자가 성장의 한계다.

지난주 우버가 뉴욕의 택시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승객을 두고 우버와 경쟁했던 뉴욕의 택시 기사들은 결국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는 말처럼 이들 역시 ‘우버 기사’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협업은 우버도 간절하게 필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운전기사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그 결과 요금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뉴욕 택시와의 협업은 상징성 때문에 주목을 받을 뿐 우버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택시들과 협업 중이다. 한때 ‘공유경제’를 외치며 우버는 택시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우버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택시업임을 확인한 셈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