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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탓’이란 석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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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가 2018년 3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 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가 2018년 3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 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 미국의 석학 존 미어샤이머(75) 시카고대 교수의 영국 시사주간지(이코노미스트) 기고문이 세계적 논란입니다.
지난 19일자에 게재된 글 ‘왜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책임 있나’입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무분별한 확장이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입니다.

2. 푸틴의 주장과 같습니다. 미어샤이머에 대한 비난이 전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푸틴의 푸들이 되었냐.’
‘침략전쟁은 명백한 범죄다.’

3. 물론 미어샤이머의 주장은 푸틴을 옹호하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미어샤이머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입니다. 국제정치는 무정부 상태라는 현실을 강조합니다. 끊임없는 경쟁(전쟁)과 강자(강대국)의 패권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은 비극적이지만..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고, 비극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그래서 미어샤이머의 주장은 경청할만 합니다. 기고문 내용은..
-푸틴의 전쟁 책임론과 전쟁의 원인은 별개다. 푸틴이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상황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비극의 시작은 2008년 조지 W 부시가 주도한 ‘부쿠레슈티 선언’(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NATO가입을 환영한다)이다. 부시는 국방장관 게이츠와 독일총리 메르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러시아는 즉시‘실존적 위협’이라며 반발했지만 무시당했다. 그해 8월8일 푸틴은 조지아를 침공했다. 미국와 NATO는 참전하지 않았다. 친러지역인 남오세티야가 조지아로부터 독립했다.
-미국은 이후에도 계속 우크라이나를 NATO로 끌어들였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정권(야누코비치 대통령) 붕괴의 배후에 미국이 작용했다. 그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리미아를 병합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세력을 지원하면서 내전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판매하고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미국은 2021년 7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와 합동 기동훈련을 벌였다. 마침내 2021년 12월 러시아는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바이든 정부에‘우크라이나 NATO 가입 안시킨다’는 약속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푸틴도 우크라이나 재병합의 부담을 안다. 그는 ‘소련제국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제국을 되찾길 원한다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1962년 쿠바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다. 핵무기를 쥔 푸틴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낼지는 모르지만..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만 파괴된다.

5. 미어샤이머의 주장은 미국 주류 학자들과 많이 다릅니다.
미국 주류 이상주의자들은..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전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이 세계평화의 길이며, 그것이 곧 세계모범국 미국의 소명이라 여깁니다. 그러니 과거 소련제국처럼, 미국의 소명을 가로막는 푸틴의 러시아 역시 ‘적’ 또는 ‘악’으로 간주됩니다. 공화당 네오콘 부시가 대표적인데, 민주당 바이든 정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6. 그러나 국제정치는 도덕적 잣대로 선악을 구분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위험합니다.
그래서 미어샤이머와 같은 현실주의도 중요합니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우리의 경우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분석이 절실합니다. 한국에서도 미어샤이머 같은 학자의 등장을 기대해 봅니다.
〈칼럼니스트〉
202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