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내려앉는 미세플라스틱…매년 100만개 입으로 들어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26 12:02

2019년 11월 그리스 아테네 인근 그리스 해양연구센터에서 한 생물학자가 바다 생물 내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9년 11월 그리스 아테네 인근 그리스 해양연구센터에서 한 생물학자가 바다 생물 내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요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걱정 많으시죠?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합니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서 먹는 미세플라스틱은 하루 16.3개로 건강에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로 한 시름 놓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 발표를 뒤집는 중국 원저우 의과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25일 공개됐습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던 미세플라스틱이 조리해서 운반하고, 식탁에서 식사하는 도중에 음식 위로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습니다.
과연 식약처의 발표를 믿고 안심해도 될까요?

식약처 16개 vs. 중국 연구팀 2739개

실내 공기 중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채취하는 장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실내 공기 중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채취하는 장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먼저 식약처의 발표 내용부터 보겠습니다.

식약처는 국내 유통 중인 해조류와 젓갈류, 외국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보고된 식품 등 11종, 102개 품목을 대상으로 2020∼2021년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인체 노출량을 조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을 했을 때 한국 사람이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1인당 하루 16.3개라는 것입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대부분 30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미만의 크기였으며, 45∼100㎛ 사이의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연구팀이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실내·외에서 30분 동안 유리 접시에 가라앉는 미세플라스틱의 숫자를 헤아렸더니 실내에서는 ㎡당 하루에 76만 개, 실외에서는 18만 개가 가라앉았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실내에서 음식을 먹는다고 했을 때, 공기 중에서 접시로 가라앉은 미세플라스틱을 연간 89만~130만 개 먹게 된다고 추산했습니다. 실외에서 식사한다고 했을 때는 연간 19만~28만 개를 먹는다는 것입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에베레스트 산과 히말라야 산맥. 지난해 11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AFP=연합뉴스

네팔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에베레스트 산과 히말라야 산맥. 지난해 11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AFP=연합뉴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어디서 왔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어디서 왔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무래도 식사는 대부분 실내에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연간 100만 개를 먹는다고 가정한다면 음식에 떨어진 미세플라스틱을 하루 2739개씩 먹는 셈입니다. 한국 식약처가 말한 16.3개의 168배입니다.

중국 연구팀도 미세플라스틱 사이즈가 대부분(최대 90%)이 100㎛ 이하였다고 했습니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크기별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크기별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것 말고도 직접 코로 흡입하는 미세플라스틱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 속에 연간 35만~22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먹는 샘물)을 하루 1.5~2L 마시는 사람은 이를 통해 연간 약 9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식약처가 발표한 것처럼 해산물이나 다른 음식물에 원래 들어있다가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따져도 연간 최대 수만 개 수준이라고 합니다.

혈액에서 플라스틱 성분 검출돼

소비자 기후행동 구성원들이 지난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시민 행동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세탁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배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스1

소비자 기후행동 구성원들이 지난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시민 행동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세탁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배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스1

그렇다면 우리 몸 안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어떻게 될까요?

호흡기로 들어온 것은 다른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가래를 통해 다시 배출됩니다.
초미세플라스틱(0.1㎛) 입자는 폐에 축적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기침을 통해 외부로 배출되기도 하고, 침을 삼키는 과정에서 장(腸)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음식이든 침을 통해서든 장으로 들어온 것은 대부분 대변을 통해 배출됩니다.

그런데 혈관으로 침투하는 미세플라스틱도 있는 모양입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Vrije Universiteit Amsterdam) 등 네덜란드 연구팀은 지난 24일 '국제 환경 저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건강한 성인의 혈액에서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22명의 지원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시료 중 17명(77%)의 혈액에서 측정이 가능한 수준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섬 말랑에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민들이 플라스틱 물병으로 만든 설치 미술 작품 사이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섬 말랑에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민들이 플라스틱 물병으로 만든 설치 미술 작품 사이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분석 결과, 여러 플라스틱 성분 중에서도 3종이 많이 검출됐는데, 페트(PET) 성분은 최대 2.4㎍/mL, 폴리스타이렌(PS)은 4.8㎍/mL, 폴리에틸렌(PE)은 7.1㎍/mL까지 검출됐습니다.

각 플라스틱 종류를 더한 농도 합계 평균은 mL당 1.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습니다.

단위가 ㎍/m인 것은 혈액 속의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크기나 개수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700nm(나노미터, 1nm=100만분의 1㎜) 이상의 입자가 통과할 수 없는 필터를 사용해서 혈액을 걸러내고 플라스틱 입자를 모은 뒤 농도를 분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혈액 속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700nm(0.7㎛)보다는 큰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미세플라스틱보다는 작은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해물질 동반돼 인체에 악영향 가능성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있는 맥콰이어 대학 연구팀이 분류한 미세플라스틱. 로이터=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있는 맥콰이어 대학 연구팀이 분류한 미세플라스틱.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연구팀은 "혈액에서 검출된 플라스틱 입자는 점막과의 접촉을 통해 혈관 속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며 "혈액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혈장에 존재할 수도 있고, 면역 세포 속에 들어있는 상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지난 22일 '노출과 건강(Exposure and Health)'이란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150㎛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장에서 흡수될 수 있고, 1.5㎛보다도 작은 것은 장기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과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등 유해물질이 복합체를 형성하면, '트로이 목마 효과'를 내면서 암 발생 등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또 "플라스틱 생산이 급증하고, 분해가 안 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포를 변형시켜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지, 확실하다면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점점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부터 줄여야

지난 2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재개된 유엔환경총회 제5차 회의 폐막회의에서 대표단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유엔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글로벌 조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재개된 유엔환경총회 제5차 회의 폐막회의에서 대표단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유엔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글로벌 조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화=연합뉴스

아직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노출을 줄이는 게 상책입니다.

혈액을 분석한 네덜란드 연구팀은 "혈액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공기와 물, 음식뿐만 아니라 치약 속의 PE나 립글로스 속의 PET, 치과 임플란트 재료, 타투(tattoo)용 잉크, 약물 전달 나노입자 등에서도 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경로를 통해 노출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노출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겠죠.

중국 연구팀은 "음식을 담기 전에 식기와 조리 도구를 깨끗한 물로 헹구는 것, 음식을 담은 그릇을 덮는 것으로 공기 중에서 음식에 가라앉는 미세먼지 노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제주 본태박물관에 전시된 밥상보. 차려 놓은 음식 위에도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내려앉는 것으로 조사돼 음식을 담은 그릇을 덮어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찬수 기자

제주 본태박물관에 전시된 밥상보. 차려 놓은 음식 위에도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내려앉는 것으로 조사돼 음식을 담은 그릇을 덮어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찬수 기자

식약처에서도 조리 전에 미역·다시마 등 해조류를 세척하고, 바지락 등 조개류를 해감하면 미세플라스틱의 상당량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려면 귀찮더라도 이런 것 하나하나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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