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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크루즈선이 바다로 배출하는 미세플라스틱 연간 10만 톤"

중앙일보

입력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 AP=연합뉴스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 AP=연합뉴스

전 세계 대형 유람선(크루즈선)에서 배출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연간 10만 톤에 이르는 만큼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만 톤은 전 세계 바다 표층에 떠 있는 플라스틱 조각의 양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중국 베이징 대학과 화둥 사범대학,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투고한 기고문에서 유람선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제기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크기를 가진 플라스틱을 말한다.

육상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오폐수처리장에서 대부분 걸러지지만, 걸러지지 않은 나머지는 강을 통해 바다로 들어가게 된다.
육지에서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대부분(80%)을 차지하는데, 나머지 해상에서 바로 유입되는 양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선박, 특히 대형 유람선을 통해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에 주목했다.
통상 유람선에서 배출되는 물은 선박 평형수(Ballast water)와 폐수(black water), 목욕 배수(gray water)로 구분된다.
선박 평형수는 선박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해수이고, 폐수는 화장실의 대소변이 포함된 물을 말한다.

지중해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 시료. 로이터=연합뉴스

지중해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 시료. 로이터=연합뉴스

목욕 배수는 세탁실과 조리실, 세면대, 샤워기, 싱크대 등에서 나오는 오수를 말한다.

목욕 배수는 2003년 시행된 국제 선박 오염방지 협약(MARPOL) 부속서 IV 규정에 따라 추가 처리 없이 대부분 해양 환경으로 직접 배출할 수 있다.
목욕 배수에는 세탁물이나 개인 위생용품 등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에 해로운 병원균이나 화학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유람선 한 척에서는 하루에 평균 773㎥ 또는 1인당 하루 254L의 목욕 배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구팀은 "유람선 오수 속의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 L당 2000-50000개 배출됐는데,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어떤 환경 시료에 비해서도 미세플라스틱(지름 50㎛ 이상 크기 기준) 농도가 가장 높았다"고 강조했다.
유람선에 오수를 정화하는 장치를 설치한 경우에도 바다로 들어가는 오수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전 세계 유람선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연간 1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해양 표면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 플라스틱의 양 9만3000~23만6000톤(2015년 발표된 논문)에서 하한선에 해당하는 양이다.
물론 10만 톤이라는 양도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비교하면 1%에 불과하다.

일본 해양연구팀이 시즈오카현 인근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일본 해양연구팀이 시즈오카현 인근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대형 유람선에서 배출하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안 도시와 해양 보호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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