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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고금리 사채탈출? "나랏돈 한방에 지원, 더 위험"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불법사채의 세계

금융당국은 연간 50만명 이상이 불법 사채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중앙일보 탐사팀은 불법 사채의 세계를 심층 취재했다.

◇글 싣는 순서
①불법사채 해결사가 된 전직 보이스피싱 총책
②"섬에 애들 팔아버리겠다" 벼랑 끝에 몰린 불법 사채 이용자들
③"마른오징어도 끝까지 짜라" 사채업자의 세계
④이용자는 극단 선택, 업자들은 호화 생활…수사관들이 전하는 실태
⑤불법사채 악순환 막으려면?

서민금융연구원 2020년 보고서(대부업·불법 사금융 이용자 및 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불법 사채 이용자 4명 중 3명 이상(75.9%)은 불법임을 알고 빌린다고 답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이 나쁘고 소득이 낮을수록 대부업체로부터 거절 경험 비율이 높고, 금전을 마련하지 못해 불법 사채 이용 비율이 높았다.

2020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20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불법 사채 이용자들은 대부분 금융권과 등록 대부업체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이었다. 법정 최고 이자와 원금 이상의 돈을 갚았지만, 연 1000%가 넘는 고금리 이자는 이들을 사채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정부와 수사 기관 등이 매년 합동 대책을 내놓지만 불법 사채 이용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부수적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 탐사팀은 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 금융 전문가 등에게 불법 사채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방법이 있을지 물었다.

"금융당국 감시하 대부업 순기능 활용"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금융학과 교수는 "금융 당국이 대부업을 '필요악'이 아니라 완충 지대로 바라보는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건전한 단기 소액 대부업의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하고 관리와 개선을 통해 소액 대부 시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불법 사채 업자들이 채무자들을 독촉·협박하는 문자. 피해자 제공

불법 사채 업자들이 채무자들을 독촉·협박하는 문자. 피해자 제공

최 교수는 "대부업자가 정책 목표대로 공급 확대를 하는지,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대부업자가 차주의 신용을 파악할 수 있는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소액 대출 수요자에게 정부가 신용 보증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못 갚으면 채권 추심에 내몰려 불법 대출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20%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법정 최고금리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이에 대해 대부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법정 최고 금리 추가 인하는 영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보수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등록 대부업 이용을 못 하면 미등록, 불법 사채 이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3년간 법규 위반 사항이 없고 저신용자 대출액 비중이 70% 이상인 우수 대부업자 선정 기준을 정부가 완화해준다면 기존 대부업이 활성화되고 불법 사채 이용자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DI에서 서민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연구하는 오윤해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 법정 최고금리 고정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기준 금리에 연동해 (법정 최고금리) 인상과 인하를 합리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정 최고금리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치적 논리보다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또 "차기 정부에서 서민금융 정책의 확대는 불가피하다"라고 진단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민간 대부업이 쪼그라들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1·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책자금, 소액 여러 번 유도…. 신용 교육 필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걸린 햇살론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걸린 햇살론 안내문. [연합뉴스]

오 위원의 2020년 보고서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 공급하는 보증상품인 햇살론과 은행 재원으로 운영하는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 위원은 "정책서민금융 이용자가 저리 자금을 통해 고금리 대출 이용을 줄이고 채무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는 단기적이고, 이후에는 미 이용자들보다 고금리 대출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단순 공급만으로는 장기적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신용 관리교육, 상담을 통해 과다 채무자를 채무조정제도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책자금을 한 번에 큰 금액으로 공급하는 것보다 대출한도 내에서 500만원 등과 같이 소액으로 나눠 여러 차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채무자 신용관리와 자금 해소에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차기 정부의 소상공인 50조원 특례보증 대출 등 서민금융정책에 대해 "공급보다 운영 방법이 중요하다. 대출이 꼭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면서 "고금리 대출을 받으면 신용점수가 크게 나빠져 이자 비용이 오르는 걸 모르는 대출 이용자들도 많다. 햇살론 등 정책자금 대출 단계에서 금융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솜방망이 처벌 강화해야"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대부업법 위반 형사 사건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많아 영업 억지력이 낮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대부업법 위반 형사 사건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많아 영업 억지력이 낮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불법 사금융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현행 대부업법은 '등록 또는 등록갱신을 하지 않고 대부업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국민대 겸임교수)는 "적발 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대부업법 위반 형사사건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많아 영업 억지력이 낮다. 처벌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법령 개정을 통해 불법행위를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은 "불법 사채업자들의 대포폰과 유심칩은 40~70만원, 대포통장은 200~400만원 이상으로 시세가 형성돼있다"면서 "업자들에게 필수적인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근절하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 구제 방법 적극 홍보 필요"   

금융감독원은 불법금융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불법금융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사금융 피해 방지 홍보와 교육 필요성도 나온다. 박덕배 대표는 "최근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불법 대부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등록 대부업체 등도 함께 나서 소비자들이 불법 대부와 합법 대부업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할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흥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대응팀장은 "금융당국이 피해구제를 위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불법 사채 피해자들은 신고나 구제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라"면서 "대부업 플랫폼이 피해를 나 몰라라 하지 않도록 규제와 책임을 강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불법 사채, 구제 도움 요청은?

1. 금감원 불법금융신고센터 '채무자대리인제도'

▶지원 내용
①채무자 대리: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의 추심행위에 대응
②소송 대리 : 불법 추심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반환청구 소송. 개인회생 파산 등 소송도 대리
③기타 법률상담: 대출 계약 및 추심의 위법성, 소송 절차 안내 등 불법사금융 관련 법률상담도 제공

▶지원 조건
채무자 대리는 미등록·등록 대부를 가리지 않고 무료로 지원
소송 대리는 중위소득 125% 이하 가구에 해당하면 지원 가능

▶신청 방법
금감원 불법금융신고센터 전화(☏1332), 홈페이지(http://www.fss.or.kr), 금감원 각 지원 및 대한법률구조공단 출장소를 통해 신청

2. 한국대부금융협회 소비자보호부

▶지원 내용
대부협회 소비자보호부에서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직접 연락해 채무를 조정
장시간이 소요되는 민·형사 사법절차에 비해 신속한 채무조정이 가능
민간 협회이기 때문에 협박과 욕설 등 추심을 강제로 멈추게 할 권한은 없음

▶준비물
대출 계약서(차용증), 이체 내역, 협박 및 욕설 녹취

▶신청 방법
협회 방문, 홈페이지(www.clfa.or.kr), 전화(☏ 02-6710-0831)를 통해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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