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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청와대와 인수위, 말이 다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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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장제원 실장은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과의 인수인계업무 협상채널을 맡은 실세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장제원 실장은 청와대 이철희 정무수석과의 인수인계업무 협상채널을 맡은 실세다. 연합뉴스.

1. 청와대가 23일 발표한 한국은행 총재 후보 이창용(61)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은 국내업계ㆍ관계ㆍ학계는 물론 국제금융계에서도 인정받는 인재입니다.

이창용은 서울대경제학과-하버드박사-서울대교수-금융위원회부위원장-ADB(아시아개발은행)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론과 실무, 국내와 국제현장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2. 청와대는 이날 ‘당선인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딴 소리를 했습니다.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가 없다. 추천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인사다.’
‘(이전 협의과정은?) 이철희 정무수석이..이창용씨 어때요..라고 물어서..(내가) 좋은 분이죠..라고 했다.’

‘(이철희와 오늘 통화했나?) 발표 10분전 전화가 와 발표한다고 해서 (내가) 웃었다.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려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윤석열 당선인 반응은?) 허허허 웃으시죠.’

3. 청와대측 설명은 다릅니다. 정리하자면 골자는 다음.

‘윤석열 당선인측에서 한은총재로 이창용을 고려한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장제원에게 물어보자 좋다고 했다. 당선인쪽에서 이미 이창용에게 수락의사를 확인했다고 들었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다음 오늘 발표 한 시간 전에 장제원에게 전화했더니 딴 소리를 했다.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내부인사 절차를 마쳤기에 발표했다. 당선인측이 원하는 인사를 해주면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황스럽다. 장제원이 자꾸 거짓말하면 다 공개하겠다.’

4. 한은총재 자리는 양측이 합의하기 쉬운 자리로 예상돼 왔습니다.
이창용이란 인물이 일찌감치 유력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모두가 동의할만한 인재였으니까요.
이창용은 이명박 당선자 시절 인수위원 출신입니다. MB정권 출범직후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MB 2기’로 불릴 정도인 윤석열 인수위에서 당연히 환영할 인물입니다. 이창용은 IMF에 근무하면서 문재인 청와대에도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5. 청와대와 인수위 양쪽 설명을 참고해 정리하면 상황이 이렇습니다.
-이창용의 경우 서로 적임자로 인정하면서도 절차상의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이런 신경전은..당선인측에서 법적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과정입니다.
-진짜 첨예한 현안은..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선입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운영됩니다. 과반이 반대하면 감사가 안됩니다. 윤석열 입장에서..현재 5명중 3명이 친여인사로 분류되기에..공석 두 자리를 모두 자기편으로 임명해야 감사원을 맘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감사원은 행정부를 장악하는 채찍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6. 한은총재 인선와 무관한 갈등과 불필요한 짜증이 묻어납니다.
정파적 이해타산과 감정소모는 국익차원의 인수인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보기에도 피곤합니다. 빨리 문재인과 윤석열이 만나 통 큰 담판으로 정리하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