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내용 잘 파악…중·고등부 작품 층 두터워 밝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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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선 예년에 비해 참여도가 높았다. 일반부의 양과 질에서도 괄목했거니와 특히 중-고등부의 도전은 월동했다. 백일장의 일반적인 수준의 작품 층이 매우 두텁다는데 긍지의 눈길이 머물렀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입상 후보자의 층이 매우 두터워졌다는 것으로 풀이해도 좋을 것 같았다,
우선 대학-일반부에 주어진『문 열리다』『산 위에서』,그리고 중-고등부에 주어진『만남』『깃발』의 시제 중 택일하여 작시토록 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표제와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문이라고 할 때, 남-북의 막힌 장벽의 문임을 간파하고 있었고 만남 또한 남-북의 상봉임을 익히 알고 시의 형상화에 임하고 있었다.
일반부 장원『문 열리다』(김태은)의 경우 질박하고 끈끈한 상의 전개가 덤비지 않고 차근차근히 황토 재, 놋숟가락 등을 통해 혈육을 찾아내면서 풀고 있다. 그는 오늘의 문을 녹슨 문으로 본다. 그러나「임진강 물안갤 가르며 날아드는 두루미 떼」로 맺으면서 앞으로보다 크게 열릴 날을 암시하고 있다. 그는 시조의 유장한 리듬에 감성의 언어를 입혀 연륜과 저력을 느끼게 했다.
중-고등부 장원의『만남』(김연희)은 맑은 언어와 밝은 감성으로 만남을 풀고 있다. 때문에 상징성이 돋보이는 것으로 형상화한 듯이 보인다. 이를테면 만남 그 자체보다도 만남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모습인 듯이 여겨졌다.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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