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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기고] 되풀이되는 산불, 산림 구조 변화 없인 반복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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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장

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장

최근 울진·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이 산림과 재산에 큰 피해를 남기고 213시간여 만에 주불이 진화되면서 역대 최장기 산불로 기록됐다. 이번 산불 원인을 차량에서 던진 담뱃불에 무게를 두고 산림청·경찰청 등이 조사하고 있다. 산불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산불이 확산됐으며, 짙은 연무와 험한 지형으로 인해 진화가 지연되면서, 원자력발전소와 LNG가스기지 등 국가시설과 수백 년 자란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대형산불이 거의 해마다 발생한다. 산불 발생 이후 으레 각계각층에서 기부와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산불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반복되는 산불을 예방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화기물을 소지하지 않는 등 산불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감시원 및 CCTV를 활용한 산불감시를 강화해야겠지만, 산불 예방과 진화를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위주의 산림 구조를 바꾸고, 진화 인력 및 장비 투입로로 사용 가능한 임도를 늘리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산림 규모는 국토의 63% 정도이며, 이 중 2020년 기준 약 39%의 산림은 침엽수로만 이루어져 있다. 국내 침엽수의 약 68%를 차지하는 소나무는 불의 강도를 높이는 송진을 함유해 불에 더욱 취약하다. 산불 발생 시 대형 산불로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숲 가꾸기를 실행하여 활엽수와 같은 방화림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임도의 경우 산림을 가꾸기 위해 설치된 길이지만 산사태나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고 주민이 대피하는 길이 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임도는 임도밀도가 ha당 3.6m 정도로 임업 선진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ha당 약 45m인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방차나 장비, 인력이 빠르게 산불 현장에 접근하여 진화할 수 있도록 임도를 더욱 늘려야 한다. 또한,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 있는 임도와 같이 일반 임도보다 폭이 넓은 산불예방임도를 산불 취약지역의 마을 뒤편에 설치하면 산불 발생 시 대형 소방 차량이 진입하여 진화함으로써 주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진화 인력 및 산불 헬기 등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는 대책안이 제시된다. 그러나 산불에 취약하고 대응을 지연시키는 산림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러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산에서 생계를 꾸리는 임업인과 산주,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이 산과 더불어 안전하게 살아가려면 보다 큰 변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221조원으로 국민에게 주는 혜택이 큰 만큼, 이에 걸맞게 정부 전체 예산 대비 약 0.5%에 불과한 산림 예산을 확대하여 산림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산불로 인한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장기적으로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다.

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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