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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우리집] "실명, 발 절단 등 치명적 합병증 막는 당뇨병 주사치료 피하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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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인터뷰 김성래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은 혈관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느린 암이다. 최
근의 당뇨병 치료는 초기 강력한 혈당 조절을 강조한다. 치솟는 혈당을 처음부터 빠르게 끌어내리면 인슐린을 생산·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을 회복하는 데 유리하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강조되는 개념이다. 고(高)혈당에 노출되는 시기를 최
소화해 각종 당뇨 합병증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국내외 당뇨병학회에서도 인슐린·GLP1유사체 등 혈당을 직접 끌어내
리는 당뇨병 주사치료를 우선 권고하는 배경이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대한당뇨병학회 재무이사)
교수에게 새롭게 주목하는 당뇨병 치료 전략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김성래 교수는 “평균 수명 증가로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초기부터 당뇨병 주사치료 등으 로 강력하게 혈당을 떨어뜨려 당뇨 합병증에 노출되는 시기를 늦추는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 다”고 말했다. 김성현 객원기자

김성래 교수는 “평균 수명 증가로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초기부터 당뇨병 주사치료 등으 로 강력하게 혈당을 떨어뜨려 당뇨 합병증에 노출되는 시기를 늦추는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 다”고 말했다. 김성현 객원기자

초기에 강력한 혈당 강하가 왜 중요한가.

“최근 대규모 연구를 통해 초기의 빠르고 강력한 혈당 조절이 장기적으로 예후에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평균 수명 증가로 고혈당으로 지내는 기간을 줄여주는 당뇨병 주사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당뇨병 진료지침 역시 이런 사실을 반영해 변경됐다. 장기간 혈당이 높은 상태로 지내는 것은 치명적이다. 끈적한 혈액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결된 크고 작은 혈관을 타고 돌면서 속부터 곪는다. 눈의 망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면서 시력을 잃거나 가느다란 모세혈관 덩어리인 콩팥이 제 기능을 못 해 투석하기도 한다. 당뇨병으로 발 궤양이 악화해 절단할 수도 있다.”

국내외 당뇨병학회를 중심으로 당뇨병 주사치료를 강조한다.

“당뇨병 주사치료는 먹는 약보다 혈당 강하 효과가 우수하다. 철저한 혈당 관리로 각종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당뇨병 진료지침으로 강력한 혈당 조절이 필요할 때 일차적으로 당뇨병 주사 치료를 권하는 이유다. 특히 당뇨병으로 첫 진단을 받았을 때 당화혈색소가 9.0% 이상으로 중증 고혈당이라면 인슐린 등 당뇨병 주사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심한 당독성(Glucotoxicity) 노출 기간을 줄여 췌장의 자기 인슐린 생산 능력을 보존하는데 긍정적이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았을 때 평균 당화혈색소가 10.1% 이상으로 중증 고혈당이었던 2형 당뇨병 환자 382명에게 2주 동안 인슐린 등 주사 치료를 했더니, 이들의 51%는 1년 동안 약을 투여하지 않아도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당뇨병 주사치료에 더 적극적이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심부전, 만성 콩팥병 등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 주사치료를 1차 치료로 선택할 것을 권고한다.”

먹는 약만으로는 혈당 조절이 어려운가.

“그렇다. 췌장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2형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이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는 줄어들고, 나이가 들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국내 당뇨병 환자 10명 중 7명은 여전히 혈당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당뇨 합병증 발생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먹는 약의 혈당 강하 효과는 당화혈색소 1.0% 이내다. 현재 당화혈색소 수치가 목표 혈당(당화혈색소 6.5%)과 비교해 1.5~2% 이상이라면 당뇨병 주사치료를 포함해 기전이 다른 약을 두 가지 이상 쓰는 병용요법을 추천한다. 효과적인 혈당 관리와 당뇨병 합병증 예방을 위해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여전히 당뇨병 주사치료를 망설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췌장 기능 저하로 인슐린을 직접 보충하거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당뇨병 주사치료는 필수적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유독 당뇨병 주사치료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큰 편이다. 의료진의 87%는 당뇨병 주사치료를 권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강력한 혈당 강하의 중요성이 입증되면서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당뇨병 주사치료를 권유한다. 주 1회 투약으로 당뇨병 주사치료의 횟수를 줄여 치료 편의성을 높인 약도 있다. 치료 효과가 확실한데 두렵고 무섭다는 이유로 당뇨병 주사치료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효과적인 혈당 조절을 위해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혈당은 한 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렵다. 고혈당으로 췌장 기능이 나빠지고 인슐린 분비가 줄어 혈당이 올라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혈당 조절이 어렵다고 느끼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당뇨병 주사치료 등 적극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혈당 관리에 실패하면 당뇨 합병증으로 내 몸만 나빠질 뿐이다.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가 1% 증가하면 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 합병증 사망률이 40% 증가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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