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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거환경 크게 개선” vs “재개발 사업 차질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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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용산 인근 부동산 민심이 엇갈리고 있다. 보안상 이유 등으로 규제가 추가될 경우 진행 중인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와 주변 주거환경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또 수십 년간 청와대 ‘이웃’으로 살아왔던 서울 종로구 주민 사이에서도 고도제한이 풀려 개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오히려 주변 상권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대선 이후 청와대 용산 이전 문제가 거론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컸다. 국방부 청사 인근에는 현재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158번지 일대)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의 정비사업 등이 추진 중이다.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 도로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한 찬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각각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 도로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한 찬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각각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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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가뜩이나 재개발 추진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제약이 더해지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조합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삼각지역 주변 재개발 지역 주민은 지난 18일 국방부 청사 앞에 모여 대통령 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탄 버스를 잠시 막아선 채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여론을 의식해 “집무실 이전에 따른 신축건물, 아파트 건설에 (기존 군사시설보호구역 제한을 넘는) 추가적인 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전 추진 과정에서 추가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 경호라는 특수목적상 초인접 지역은 특별관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통제나 규제를 최소한으로 하더라도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 등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도 “용산은 서울의 중심지이자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복합개발을 통해 랜드마크로 개발할 필요가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개발계획이 제한을 받게 된다면 용산 지역 전체 집값에 하방 압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 도로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각각 내걸려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 도로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각각 내걸려 있다. [뉴스1]

하지만 주변 지역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군기지의 반환이 빨라지고, 인근 국제업무지구·캠프킴 부지·용산가족공원의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용산가족공원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개발되면 용산 집값은 폭등 열차를 타게 된다”는 식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용산구의 숙원사업인 경부선, 경원선 지하화 등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방부 청사 인근 주거환경 개선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십 년간 청와대 ‘이웃’으로 살아왔던 서울 종로구 주민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청와대 이전을 반기는 주민은 주로 부동산 호재를 이유로 꼽았다. 지난 19일 청와대 인근 주택가에서 만난 안모(74)씨는 “30년간 이 동네에 살았는데 재개발에 대한 기대도 되고 주변에서 다 좋아하는 분위기”라며 “어차피 옮길 거라면 빨리 옮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옮겨가더라도 고도제한 해제를 반대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17년째 효자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신모(64)씨는 “고도제한은 주변 문화재 때문이라서 풀리지 않을 것 같지만, 설령 풀린다고 하더라도 반대한다”며 “이 동네가 문화재 그 자체인데 아파트 숲으로 변할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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