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실에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그간 옥상옥 비판을 받아온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명칭을 바꾸고, 참모들도 대폭 줄여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극복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 대신 정부 각 부처와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할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이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을 밝히면서 이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윤 당선인의 의지가 재확인됨에 따라 그간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였던 국정운영 방식이 확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서울 종로구의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발표하며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기능 축소에 따른 유휴 공간 활용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 회의실을 많이 만들어서 국가적 어젠다 설정과 관련해 도움 주실 외부 전문가들을 모시려고 한다”고 답했다.
또 “외부 전문가들, 경륜 있고 국가적 어젠다 설정과 (관련해) 도움 주실 분들 많은데 인사청문회 등 제한 따르지 않느냐. 정부와 회의하고 의사결정하는 데 도움받고자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비서실의 권한을 확 줄이는 대신 사안별로 학자·전문가·관료·정치인으로 구성된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형 어젠다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의 이런 인식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발표한 정치 개혁 공약에 그대로 담겨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정치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비서실장 등 정예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가 함께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실을 구성하겠다”며 “청와대 참모들은 민관합동위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분야 ‘수석’으로 대표되는 청와대 참모들은 그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기준으로 청와대는 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일자리·경제·사회 등 8명의 수석비서관을 두고 있다. 국가안보실도 실장 외에 수석급인 1·2차장이 편제돼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이지만, 국무위원인 해당 부처 장관보다 더 큰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가 잦았다. 헌법 기구인 국무회의보다 대통령 참모 회의인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민관합동위원회 설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도 자연스럽게 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책학회가 주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청와대를 범부처 이슈에 집중하는 슬림한 조직으로 바꾸는 대신 각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주고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은 역대 정부의 단골 약속이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국방부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게 성급한 게 아니냐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선인이 ‘청와대로 가는 순간 제왕적 대통령에서 못 벗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의사결정 구조가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