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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본 없이 45분 회견…지시봉 잡고 ‘용산 이전’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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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기서부터 해서 이쪽 부분에 가족공원이 있고, 아래쪽에 중앙박물관이 있습니다. 즉시 이걸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한 손에 마이크, 한 손에 지시봉을 들고 조감도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대본은 없었고, 5분간에 걸쳐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개별 사안에 대해 이토록 상세히 직접 설명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청와대 이전을 둘러싼 논란을 중요시했다는 의미며, 향후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소통이 어떠할지 짐작게 하는 대목이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청와대 이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직접 나서서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는 말도 두 차례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시민들이 청와대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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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1시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인수위원회 기자실에 들어선 윤 당선인은 11분간 준비해 온 원고를 읽은 후 참모들이 들고 온 조감도 앞에 섰다. 윤 당선인은 “단상을 치울 수 없나”라고 물어본 뒤 참모들이 단상을 옆으로 옮기자 지시봉을 들고 조감도를 짚기 시작했다. 조감도 바깥까지 반원을 크게 그리면서 “이곳은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하겠다”고 했고, 국방부 청사 앞에 선을 긋는 시늉을 하며 “백악관같이 낮은 담을 설치하고 여기까지 시민이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역시 ‘즉문즉답’ 형태였다. 30여 분간 총 20개 질문이 쏟아졌지만, 윤 당선인은 “496억원의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 통제는 3~5분 정도 소요될 것” 등 구체적으로 답했다.

처음엔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가 용산으로 바꿨다. 민주당에선 풍수지리, 무속 의혹까지 제기하는데.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용산은) 지하벙커가 있고, 비상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바로 할 수 있다. 광화문 청사는 그게 안 된다. 광화문에 가게 되면 청와대 100% 개방도 불가능하다. 외교부 청사 이전도 어렵고, 전자기기 사용에 지장이 발생할 경우 (주변)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상당한 피해가 갈 수 있다. 광화문 이전은 시민에게는 거의 재앙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사례

역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사례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한다면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한단 말씀이신데,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코로나19 등 민생 사안도 많은데, 집무실 이전이 1호 공약처럼 된 이유는 무엇인가.
“민생 문제는 이것과 관계없이 인수위에서 최우선으로 다룰 것이기 때문에 뭐가 우선이라고 보긴 어렵다. 국민과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결국 국민께 봉사하는 거다.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호체계도 바꿔나갈 생각이다. 국민이 국가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고, 그렇게 노출돼 있다는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 45분여에 걸친 회견을 마친 뒤 윤 당선인은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기자들과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내가 프레스룸에 자주 갈게”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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