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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싹 들어내라"…30억 금강산 호텔 해체 위성에 찍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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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금강산 관광지구 장전항에 위치한 해상 호텔인 '호텔해금강.의 모습. 중앙포토

2001년 6월 금강산 관광지구 장전항에 위치한 해상 호텔인 '호텔해금강.의 모습. 중앙포토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현대아산 소유 시설인 호텔해금강을 빠른 속도로 해체하는 동향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7일 보도했다. 지난 6일 위성사진을 통해 철거 정황이 포착된 지 열흘 만에 해체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옥상을 비롯해 기존 건물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해줬던 흰색이 뒷부분과 남쪽 외벽 일부에만 남아있다. 위성사진을 통해 어두운 색상이 건물 전체로 확대된 모습이 확인되면서 건물의 옥상 부분이 해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첫 숙박시설

1998년 금강산관광을 시작한 현대아산은 관광객이 늘자 2000년 호텔해금강을 금강산에 개장했다. 현대아산은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베트남에서 사용하던 해상호텔을 구입해 금강산으로 가져갔다. 금강산 관광지구에 들어선 최초의 남측 숙박시설인 셈이다. 그런만큼 이 호텔은 금강산관광을 상징하는 시설이다. 현대아산이 장전항에 호텔해금강을 들여오기 전까지는 유람선에서 숙박하는 형태로 금강산 관광이 진행됐다.

현대아산은 2008년 이 호텔을 리모델링했지만, 같은 해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 발생으로 관광이 중단되면서 14년 동안 시설을 활용하지 못했다.

가장 낡고 오래된 시설

호텔은 바지선 위에 지어진 7층 건물 형태로 160개 객실과 커피숍, 노래방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88년 싱가포르에서 건조한 세계 최초 플로팅(수상) 호텔이다. 제작한 지 34년이 된 데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14년 동안 방치됐다. 장전항 앞바다에 방치돼 곳곳에 녹물이 번진 흔적이 북한 매체에 공개된 적이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찾아 호텔해금강 앞에서 "관광 봉사 건물들이 민족성이 없고 가설막·격리병동 같으며 건축미학적으로 낙후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며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현대적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관련 논의를 진행하던 북한은 2020년 1월 30일 금강산 국제관광국 명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금강산지구의 철거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북한이 호텔을 해체하고 있는 정황이 인공위성에 포착됐지만 북한은 관련 내용을 남측에 알리지 않고 있다.

해금강호텔 해체 소식이 알려지자 소유주인 현대아산 측은 말을 아끼면서도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직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 후 호텔해금강을 국내로 들여와 호텔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호텔을 이동하는데는 수 척의 예인선을 동원하는 등 수송비만 100억 가까이 든다는 판단에 따라 계획을 포기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호텔해금강은 30억 가량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용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거나 위(인공위성)에서 보라는 식으로 대놓고 작업을 하면서 남측을 압박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호텔해금강을 근처 조선소로 옮기면 김 위원장의 지시를 즉각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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