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교류로 통일 앞당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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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요를 통해 민족 동질성을 확인, 통일을 앞당기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최근의 북경 아시안게임 등에서 남북 선수와 응원단이「고향의 봄」이나「우리의 소원」을 한 목소리로 불렀던 사실은 비록 체제나 이념은 다를지라도 같은 민족의 핏속에 흐르는 정서는 같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예다.
서울 YMCA는 20일 오후2시 서울 YMCA대강당에서 동요 심포지엄을 개최, 나와 남이 분리되기 이전인 동심의 세계를 민족적 정서로 담아 낸 동요를 통해 날로 분화, 반목현상이 심화돼 가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고 나아가 남북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권오성씨(한양대 교수)는「동요와 민족음악」이라는 주체 강연을 통해 『어릴 때부터 우려들의 귀와 입을 통해 무르익은 동요들은 우리들이 같은 민족임을 일깨울 수 있고 또한 어른들이 이들 동요를 부르면 동심으로 돌아가는 효과가 있다』며 동요의 대 사회적 기능을 강조했다. 권씨에 따르면 동요 속에 나타나 있는 소박하고 순진한 정서가 밑바탕이 되어 서정적인 노래들이 만들어지며 그 민족 특유의 기분적인 선율형과 리듬형을 바탕으로 복잡하고 기교적인 기악곡이 만들어진다는 것. 때문에 남북 문화 교류에 있어서 여러 형태의 음악 교류도 있겠지만 민족정서의 원형을 가장 소박·단순하면서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동요 교류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이에 바탕, 바람직한 남북 음악 교류의 방안으로 대비한 전통동요의 공동 조사·채집, 이를 모체로 한 새로운 민족음악 형태 모색을 제안했다.
최종민씨(정신 문화 연구원 교수)는「동요에 나타난 민족정신」이란 발 제 논문에서『민족의 얼이라 할 수 있는 모국어의 어투가 발전된 것이 민족가락』이라며『이러한 민족 가락을 가장 순수하게 엮은 전통 동요를 발굴, 보급하는 것이 민족의 얼을 찾는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민족공동체라는 것은 결국 문화를 통한 하나되는 체험에서부터 구체화 될 수 있는 개념이라며 하나 되는 체험, 그 자체인 동요야말로 남북 뿐 아니라 해외교포까지 포괄, 범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 중국동포의 음악 교과서에 나타난 동요를 살핀 이성천씨(서울대 음대 국악과교수)는「북한·중국교포들의 동요」란 발제 논문에서 대비 동요 교육의 심각한 편차를 지적했다. 이씨에 따르면 북한 교과서에는 서정요는 존재하지 않으며 주체사상과 혁명사상만 강조하는 소위「충성가요」와「혁명가요」만 실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현재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범 민족 통일 음악제에 대비,『우리의 소원은 톰일』이라는 통일노래 100곡 집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윤이상 음악연구소에서 지난 8월15일 펴낸 것으로 돼 있는 이 책에는 민요, 해방 이전의 가곡·동요, 분단이후 남과 북의 노래, 그리고 해외에서 창작된 곡중 통일을 주제로 한 곡들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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