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보다 멋진 경기를”/통일축구 남북 감독 만찬장 2시간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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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통일 당기는 7천만 축제돼야”/모든 선수 뛰게 고루 기용 박 감독/스피드 있는 경기 펼칠터 명 감독
『경기의 승부를 떠나 7천만 겨레 앞에 멋진 플레이를 펼칩시다.』
남북 통일축구 평양경기(11일) 이후 12일 만인 23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서울경기를 갖게되는 박종환(52) 명동찬(42) 남북 축구대표팀 감독은 21일 만찬장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눈 후 서로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많은 나이차이에도 불구,같은 축구인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친숙감을 느낀다는 양 감독은 『이번 경기를 민족통일의 축제로 이끌자』며 의기투합을 보였다.
2시간여에 걸친 만찬장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한 양 감독은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경우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박 감독은 2차전에 대한 전망에 대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친다면 두 골차 이상으로 우리가 이기겠지만 골을 넣는 데 집착하지 않고 서로가 멋진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팀 전술과 개인기의 우수성을 선보이는 데 만족하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서울경기도 평양경기와 마찬가지로 노련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스타팅 멤버로 내세우겠지만 가능한 한 전 선수가 고루 기용될 수 있도록 많은 선수를 교체할 계획.
명 북한 감독은 『평양경기에서는 미안한 일이 많았다』고 말해 심판문제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서울경기에서는 투지와 스피드를 이용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투지를 보였다.
명 감독은 북경 다이너스티컵대회 때 감독이었던 김정민 전 북한 감독과 60년대 중반 이후 북한축구를 이끈 공격수출신으로 박종환 감독과는 지난 9월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났다.
명 감독은 박 감독의 축구스타일에 대해 『조직력과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독특한 플레이가 인상적이다』면서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통해 박 감독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다』며 선배로 깍듯이 존칭.
박 감독도 명 감독에 대해 『맡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북경아시안게임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전력을 끌어올린 것만 봐도 훌륭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면서 『북한축구를 윙플레이의 단순한 전술에서 다양하게 변화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끝없는 축구얘기로 대화를 나눴던 양 감독은 『남북 축구교류가 계속되어 서로 전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단일팀을 구성했으면 좋겠다』며 서로 숙소로 떠났다.
그러나 북한 남자팀은 22일 오전 당초의 예정을 바꿔 비원관광에 불참하고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오후에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하여 이번 서울경기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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