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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차이나](17) 애플 다음으로 혁신적인 속옷 기업 바나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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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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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知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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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인(Bananain·蕉內·자오네이)은 2016년에 탄생한 중국 프리미엄 언더웨어 브랜드다. 도합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산업디자이너 장충위(臧崇羽)와 패션디자이너 리쩌천(李澤辰)이 합작한 회사로, 본사는 광둥성 선전(深圳)에 있다.

바나나인 창업자 장충위(臧崇羽)와 리쩌천(李澤辰)[사진출처=바이두백과]

바나나인 창업자 장충위(臧崇羽)와 리쩌천(李澤辰)[사진출처=바이두백과]

바나나인은 편안함을 앞세운 "체감기술(體感科技)"로 중국 언더웨어 업계에 혁신을 일으켰다. "체감기술"은 기존 속옷의 불편함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며, 바나나인의 대표 브랜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체감기술이 적용된 상품으로는 2016년 출시된 ‘태그리스(Tagless)속옷’이 대표적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고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중국 소비자의 속옷 구매 트렌드 역시 변화하고 있다. 바나나인을 비롯한 신생 브랜드들은 기능에 충실한 "기본 스타일(基础款)"과 편안함을 앞세운 "노 사이즈(無尺碼)"를 무기로 중국 언더웨어 업계의 판도를 뒤집고 있다.

바나나인 제품군 [사진출처=바이두백과]

바나나인 제품군 [사진출처=바이두백과]

2017년~2019년, 바나나인의 연간 거래액(GMV)은 각각 5000만 위안(약 93억 원), 1억 6000만 위안(약 298억 원), 3억 3000만 위안(약 616억 원)으로, 2020년에는 설립된 지 채 5년이 안 돼 연간 거래액 10억 위안(약 1867억 원)을 돌파했다. 2021년에는 솽스이(雙十一) 기간에만 거래액 4억 1000만 위안(약 765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 11월, 바나나인은 수억 위안대의 A 라운드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이듬해 7월 또 한 번 7000만 달러(약 833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바나나인의 기업 시가총액은 20억 달러(약 2조 3800억 원)에 이르며, 현재 중국 언더웨어 기업 중에 시가총액이 가장 높다고 전해진다. '2021년 글로벌 유니콘(2021年全球獨角獸)' 차트에 오른 중국 유니콘 기업 301개 중 바나나인은 시총 기준 106위를 차지했다.

2019년 티몰(天貓) 언더웨어 부문 TOP3에는 유니클로(UNIQLO ·優衣庫), 난지런(南極人), 헝위안샹(恒源祥)이 이름을 올렸다. 오프라인의 경우, 아이무(愛慕), 코스모 레이디(Cosmo Lady·都市麗人), 안리팡(Embryform·安莉芳)이 주류 브랜드로서 2020년 전까지 시장을 주름잡았다.

[사진출처=바나나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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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0년, '노 와이어, 노 사이즈, 노 감촉'을 필두로 중국 서 새롭게 등장한 유브라스(Ubras), 바나나인(Bananain·蕉內), 네이와이(NEIWAI·内外)가 기성 언더웨어 브랜드를 앞질렀다. 이들은 단숨에 신구(新舊) 브랜드 세대교체를 이뤄냈고, 소비자의 속옷 구매 트렌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차세대 소비 주력군으로 불리는 중국 Z세대 여성들은 속옷을 살 때 더는 남성의 시각이 녹아있는 '관능적인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에 이들은 '속박 없는 자유'를 추구한다. 한국처럼 중국에서도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언더웨어 업계에서도 이를 반영한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능에 충실하며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노 와이어’ 속옷이 주목받는 추세다.

‘노 와이어’ 속옷의 인기는 6년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당시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宝)에서 노 와이어 속옷 판매량이 일반 속옷 판매량을 앞질렀다. 그러나 기성 브랜드들은 노 와이어 속옷이 주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이무(愛慕)와 코스모 레이디(Cosmo Lady·都市麗人)가 2015년 ‘노 와이어’ 제품 라인을 없앤 것을 보면, 이들의 오판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바나나인은 달랐다. 바나나인은 편안함과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주목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바나나인은 자체 개발한 독창적인 ‘태그 리스(Tagless) 무 감촉 라벨 기술’을 선보였다.

바나나인의 태그리스 무감촉 라벨[사진출처=知乎]

바나나인의 태그리스 무감촉 라벨[사진출처=知乎]

속옷 구매 후 소비자들이 바로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속옷에 붙은 태그(Tag)를 제거하는 것이다. 태그를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며, 간혹 깔끔히 떼지 못했을 때 까슬 거리는 감촉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바나나인은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아예 속옷에 라벨을 직접 프린트하기로 결정했다. 바나나인은 속옷의 사이즈, 면 함유량, 세탁 정보 등의 내용이 담긴 라벨을 외부에 인쇄해 넣고 이 자체를 브랜드화시켰다. ‘태그 리스(Tagless) 무 감촉 라벨’이라는 디자인으로 혁신을 이끈 것이다.

체감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는 '500E 라벨리스 팬티'가 대표적이다. 바나나인은 피부 친화적인 원단과 무 감촉 커팅 기술, 태그리스 라벨 등을 활용한 ‘500E 팬티’를 출시해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한 바나나인은 실험실을 설립해 ‘Think inside’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ZeroTouch 무감각 기술, Movestech 자외선 차단 기술, Airwarm 공기역학적 보온 기술, Silverskin 항균 기술 등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양말, 브래지어, 내의, 실내복, 가벼운 외출복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했다.

[사진출처=바나나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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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인의 성공에는 젊은 마케팅도 한몫했다. 레드오션인 언더웨어 시장에서 바나나인의 성공은 '핫 아이템+혁신적인 마케팅' 공식이 통했기에 가능했다. 바나나인의 마케팅은 제품 못지않게 혁신적이다.

중국 Z세대는 브랜드가 '놀 줄 안다(會玩)'는 인상을 줄 때 크게 감동한다. 바나나인은 광고마다 모델 얼굴을 반이나 덮은 ‘풀뱅 앞머리’를 선보이며 Z세대에게 재미와 함께 '놀 줄 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또한 모델의 눈을 가림으로써 사람들이 제품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창출해냈다.

[사진출처=바나나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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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콘텐트 IP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바나나인은 스펀지밥, 미니언즈, 비비캣 등 다양한 콘텐트 IP와 협업해 ‘젊음, 공익, 친환경’ 등을 콘셉트로 한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또 '성 평등', '차별 반대' 등을 주제로 한 광고를 제작해 책임감 있고 신세대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했다.

[사진출처=바나나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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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에는, 저우둥위(周冬雨)와 왕이보(王一博) 등 인지도가 높은 인기스타를 모델로 세워 대세 브랜드의 입지를 굳혔다. 바나나인은 핫한 아이템으로 브랜드 지명도를 높인 다음, 혁신적인 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관심과 시장 점유율을 획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바나나인은 오프라인 시장까지 넘볼 계획이다. 전자상거래의 성행은 중국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습관을 기르게 했고, 이는 언더웨어 업계에서도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속옷 구매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지자, 중국 최대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코스모 레이디(Cosmo Lady·都市麗人)는 2020년 상반기 중국 내 5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했다. 이는 코스모 레이디가 보유하고 있던 5900여 개 점포의 약 10%나 차지한다. 아이무(愛慕) 역시 코로나 19를 겪으며 온라인 매출은 대폭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렇듯 기성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사업에서 피를 보긴 했지만, 바나나인은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채널은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서 피하기 어려웠던 효율성과 규모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만,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선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소비자 체험은 온라인 채널로 결코 대체될 수 없고, 브랜드 확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나나인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 [사진출처=搜狐]

바나나인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 [사진출처=搜狐]

그리하여 2020년 12월, 바나나인은 광둥성 선전에 전국 최초의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상하이, 항저우, 시안 등에 추가로 매장을 개장하며 소비자와의 접촉 창구를 넓히고 있다.

바나나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나나인은 치열한 언더웨어 업계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브랜드 철학을 전달했다.14억 중국인을 사로잡은 바나나인의 전략에 눈이 가는 이유다.

차이나랩 권가영 연구원

[사진출처=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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