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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자료 77만 쪽 … 1t트럭 한 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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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심회' 간첩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휴일인 12일에도 출근해 송찬엽 공안1부장 주재로 조사 방향 등을 논의했다. 또 이날부터 국정원으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장민호(44.구속)씨 등의 수사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검찰은 공안1부 소속 검사 6명 전원 등 모두 9명의 검사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검찰이 간첩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는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주사파 지하 조직) 사건' 이후 7년 만이다. 규모로 보면 관련자 62명이 구속됐던 92년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이후 최대다. 검찰은 '불고지죄 등을 제외한 국가보안법 사범의 경우 10일인 조사 기간을 20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국가보안법 규정(19조)에 따라 총 30일간 조사한 뒤 다음달 9일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 "1차 자료만 77만 쪽"=검찰이 분석에 착수한 자료는 일심회 총책 장민호씨와 민노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43)씨, 손정목(42)씨에 대한 사건 기록과 압수물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이 수거한 컴퓨터 디스켓 및 휴대용 컴퓨터 저장장치(USB)의 복사본과 조사.내사 자료가 무려 77만 쪽이나 돼 자료 정리나 분석에만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기소할 때 법원에 제출이 가능한 자료를 선별하는 작업이 최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t 트럭 한 대 분량인 이들 자료 중에는 길게는 10여년 전부터 장씨 등을 관찰해온 기록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국정원에서 검찰로 넘어올 예정인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0)씨와 이진강(43)씨의 기록까지 합치면 일심회 사건 자료는 100만 쪽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자료 분석과 장씨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이들에게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국정원에서 조사하지 못한 다른 연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함께 한다는 방침이다.

◆ "노무현 정부 유일"=일심회 사건은 간첩단 혐의자들에 대해 검찰이 7년 만에 수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동백림 사건' 등 과거 수시로 등장했던 간첩단 의혹 사건은 90년대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92년.보안법 위반 혐의로 62명 구속), '민혁당 사건'(99년.4명 구속) 등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췄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2003년 북한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62)씨 사건, 올 9월 직파간첩 정경학(57) 사건 등이 있었으나 모두 개별 간첩 혐의자에 대한 수사였다.

이 때문에 일심회 사건 수사는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과 맞물려 공안당국의 향후 위상과 수사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는 달라진 수사 환경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외부 접촉이 금지된 상태에서 진행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수사는 변호인 입회, 출.퇴근 조사, 가족 면회 등이 허용되고 있다.

장씨 등 관련자들은 국정원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묵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동변호인단은 "공안당국이 변호인 접촉을 제한하고 있다"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가 미국시민권자인 점도 신경 써야 한다"며 "국정원 조사 때 미 대사관 관계자가 다녀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백일현 기자

<중요 간첩단 의혹 사건>

-동백림 사건(1967년.23명 간첩 및 간첩미수 혐의로 기소)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73년.2명 구속.17명 불구속 입건)

-교포간첩단 사건(81년.9명 구속)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92년.62명 구속)

-민혁당 사건(99년.4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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