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 눈치 본 민노총 도심 집회 큰 혼잡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마친 공공연맹 노조원들이 1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회현로 2개 차로를 이용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집회로 심각한 교통 체증이 예상됐으나 큰 혼잡은 없었다. 변선구 기자

1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노동자 대회가 당초 우려했던 큰 교통혼잡 없이 끝났다. 민주노총은 이날 마로니에 공원.서울역 광장 등에서 사전집회를 마치고 일부 구간에서 거리행진을 한 뒤 서울광장에서 본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최근 교통대란을 유발하는 대규모 도심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인지 과거와 달리 시민불편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사전집회를 연 덤프.화물연대 7000여 명은 거리행진 구간을 당초 대학로~종로5가(800m)에서 대학로~이화로터리(200m)로 줄였다.

서울역 광장~퇴계로~소공로~서울광장에 이르는 구간을 행진한 공공연맹 측의 경우 회현로터리에서 차량소통을 위해 잠깐 행진을 멈춰서라는 교통 경찰관의 통제에 따랐다. 일부 구간에선 교통정체가 발생해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기도 했지만 일요일이라 교통량이 적어 교통대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경찰은 교통소통을 위해 94개 중대 9000여 명을 배치했다. 거리행진 중에는 교통경찰관이 교통을 통제하면서 폴리스 라인을 관리했고, 진압장비를 갖춘 전.의경 대원들은 미 대사관.정부종합청사 등 시설 주변에만 배치됐다.

서울광장에서 1만7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 반대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등을 결의하고 15일 부분파업 투쟁 돌입을 선포했다.

민주노총 집회 때문에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서울문화재단 주최 '일상의 여유 오픈콘서트'는 취소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출연진에게 '왜 우리 집회를 방해하느냐'는 식으로 압박을 가해 도저히 공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무대 설치 과정에서 서울시 청원경찰과 민주노총 관계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무단으로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한 민주노총에 대해 변상금을 물릴 예정이다.

◆ "집회.시위도 3강5륜을"=전.의경 부모모임은 자유주의연대.바른사회 시민회의 등 5개 단체와 함께 폭력시위 추방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 단체들은 13일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부모모임 이정화 대표는 "그동안 20차례 정도 집회 참관을 했는데 여전히 쇠파이프와 죽봉을 휘두르는 폭력시위가 많았다. 이제는 우리가 폭력시위에 직접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부모모임 등은 '집회.시위 3강5륜' 캠페인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운동을 촉구할 예정이다. 3강(綱)은 ▶평화적 시위문화 ▶시민의 도시생활권 존중 ▶관련법 준수 등이다. 5륜(倫)은 ▶교통소통 협조 ▶소음 최소화 ▶폭력행사 금지 ▶집회현장 깨끗이 정리 ▶경찰을 집회.시위의 조력자로 인식 등이다.

또 이들은 집시법을 '평화적 집회.시위 보장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교통소통을 방해하는 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 ▶집회.시위 참가자의 복면 착용 금지 ▶폴리스 라인 위반시 제재 강화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천인성.권호 기자<guchi@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 폴리스 라인=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설정한 선이다. 이 선을 넘거나 훼손한 사람은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