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면 낭패" 발언 이백만 홍보수석 "원래는 일산에 살았는데 아이 교육 위해 강남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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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만(사진) 청와대 홍보수석은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 집 사면 낭패' 발언과 관련해 12일 "정부의 정책 홍보를 책임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부동산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민들을 안내하기 위해 쓴 글"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하지만 막상 문제가 되고 보니 (내 책임 아래 작성한 청와대 브리핑 내용 중에) 일부 비판받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작성하기 전에 참모들과 상의를 하긴 했지만 글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했다.

이 수석은 부동산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에 고가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중앙일보 보도 (11일자 1면)때문에 논란의 복판에 서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해 정부의 반성 없이 남 탓만 했다는 비판이 많다.

"그런 지적을 받았는데, 솔직히 반성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최고의 반성은 최선의 대책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대책을 못 만들면 반성도 의미가 없다. 지금 부동산과 관련해 불이 붙은 상황이라 일단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반성은 이미 전제된 거였다."

-'지금 집 사지 마라'는 대목이 문제를 낳고 있다.

"서민들은 정보가 없는 만큼 우왕좌왕하다가 상투를 잡는다. 그래서 다음주에 20~30% 분양가를 낮추는 정책이 발표되니 이걸 보고 판단하라는 차원에서 그런 표현을 썼다."

-10일 오전에 글을 올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마침 그날 아파트 분양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빨리 내야 한다고 서둘렀다. 며칠 늦어도 정부 정책을 보고 실효성을 따져본 뒤 사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정부 말을 안 믿어 청와대 홍보수석실 이름으로 썼다. 내 판단으로 한 것이니 내 책임이다. 시장의 약자인 서민은 정보에 약하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부동산 세력으로 일부 건설업체.금융기관.부동산 중개업소.언론 등을 꼽았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건설업체의 경우 과당이익을 챙기는 일부를 얘기한 거다. 적정이윤 이상의 폭리를 취하는 업체들 때문에 원가를 공개하자는 것 아닌가. 금융기관도 제도권 금융기관을 말한 게 아니었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을 상대로 고금리를 챙기는 제3의 금융기관이 문제다. 부동산 언론은 제도권 언론을 말한 게 아니다. 지하철의 신문 가판대에 보면 어디 부동산이 싸다는 등 서민들을 유혹하는 정보를 담은 게 많다."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나.

"지시는 없었다. 경제부 기자를 20년 넘게 한 내 충정이다. 물론 대통령도 이 건과 별개로 부동산 정책들을 챙기며 계속 고민하고 계신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도 누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수석 본인의 강남 아파트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은데.

"원래 일산에 살았는데 아이 교육 때문에 일원동으로 이사했다. 일원동 샘터마을이었다. 아파트가 1층이라 시끄럽고 불편해 아이가 졸업한 뒤인 2004년 초 역삼동의 조합원 아파트 일반분양분을 아내가 당첨 받았다. 분양받은 것도 아니고 조합원 아파트 잔여분이었다. 그 때 분양이 인기가 없었고 경쟁률도 낮았다. 당첨된 뒤에도 계약을 할까 망설였다. 한경와우TV 보도본부장 시절이었다. 나는 어떻게 갚을지, 대출금 때문에 고민했는데 건설사인 H사가 주민에게 자동으로 대출을 연장해 줬다. 최근 입주하며 공직자 신분이라 1가구 2주택이 부담이 돼 13억원 하는 일원동 아파트를 9억8000만원에 팔았다. 이 돈으로 은행 빚을 정리했다."

-아파트가 부인 명의인데.

"부끄럽지만 IMF(외환위기)때 친구 보증을 섰다가 낭패를 봤다. 그래서 대학교수인 아내가 재산을 관리한다. 전에 살던 일원동 아파트도 아내 명의였다."

박승희 기자

◆ 이백만 홍보수석=광주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언론계에 들어가 한국일보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2004년 한경와우TV 보도본부장을 끝으로 언론계를 떠난 뒤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현 정부에 참여했다. 이어 올 2월 퇴임한 조기숙(현 이화여대 교수) 수석의 뒤를 이어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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