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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산불까지' 공무원·진화대 파김치…"산불 힘들지만 이재민 등과 한표"

중앙일보

입력

등짐펌프와 삽, 갈퀴 들고 잔불 진화 

지난 7일 강원 동해시 백봉령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직원을 비롯한 진화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강원 동해시 백봉령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직원을 비롯한 진화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선별진료소와 사전투표장, 산불 진화까지 힘들지만 잔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는 버텨내야죠.”

강원 강릉시 시민소통홍보관실에서 근무하는 김근하(41) 주무관은 지난달 말부터 20대 대선인 9일까지 열흘 넘게 쉬지 못한채 일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말이면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데다 지난주엔 사전투표소에도 지원을 나갔다.

여기에 지난 5일 강릉 옥계면 남양리 한 주택에서 발생한 불이 대형산불로 이어지자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현장에서 잔불 진화를 했다. 김 주무관은 “등짐펌프를 매고 헬기가 어느 정도 불을 끈 지역을 다니며 진화 작업을 했다”며 “가용인원 전부가 현장에서 삽과 갈퀴 등 진화 장비를 가지고 잔불을 끄기 위해 산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동해시로 넘어가자 동해시 공무원들도 지난 5일부터 산불 진화에 투입되고 있다. 동해시 허가과에서 주거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김정태(37) 주무관은 산불이 동해시로 번진 지난 5일 오전 4시30분쯤 곧바로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이후 김 주무관은 다음날인 6일 오전 6시30분까지 26시간을 근무한 뒤에야 귀가를 했다.

강릉·동해, 축구장 5602개 잿더미

9일 오전 동해안 대형산불 피해지인 강릉시 옥계면 주민들이 크리스탈밸리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동해안 대형산불 피해지인 강릉시 옥계면 주민들이 크리스탈밸리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주무관은 최근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산불 피해가구를 조사하는 업무를 함께 담당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선거일인 9일에는 오전 5시쯤 동해 중앙초등학교 투표소에 투입돼 선거사무원 업무를 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산불로 피해를 본 시민이 상당히 많아 몸은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만큼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약 90시간 만에 잡혔다. 산림청은 지난 8일 오후 7시쯤 주불 진화를 완료하고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 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산불로 강릉 1900㏊, 동해 2100㏊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축구장(0.714㏊) 5602개 모아놓은 면적이다.

공무원들 잔불 진화…뒷불 감시 중

9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제4투표소가 마련된 산양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투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제4투표소가 마련된 산양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투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산 피해는 동해에서 주택과 창고, 비닐하우스 등 130동이 전소했고, 53동이 일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강릉에서는 주택 10동이 전소했고 4동 일부가 탔다.

산불로 인한 피해에도 이재민과 진화대원들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릉 옥계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동해를 덮치며 주택이 소실된 이재민 신원준(75)·손복예(66)씨 부부는 이날 동해 망상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신씨 부부는 이번 산불로 집과 창고, 저온 저장고, 벌통 300개 등이 소실됐다. 현재 부부는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산불 진화에 투입된 진화대원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속속 투표소를 찾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산불이 나면서 현장에 출동하느라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는데 불이 어느 정도 잡히면서 다행히 투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투표 참여권 보장 차원에서 사전투표를 하지 못한 대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맞교대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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