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가을, 한국을 찾은 두 편의 아트 서커스는 이런 세계 공연계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줄 작품들이다. 더구나 두 편 모두 서울 중심가가 아닌 지방 공연장이 직접 기획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내년 3월 한국에서 공연될 태양의 서커스 '퀴담'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두 작품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커스의 세계를 음미해 보자.
#디아블로Ⅱ-성남아트센터. 16~19일
지난해 공연된 디아블로의 속편격이라 보면 된다. '1탄보다 나은 2탄 없다'는 짐작은 버릴 것. 지난해엔 보여 주지 못한 드림카처(Dreamcarcher)란 기구가 등장한다.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인다는 이 기구는 공중에 매달린 대형 수레바퀴를 연상하면 된다.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의 전설에서 기초한 기구로 인간의 욕망을 옥죄는 수많은 굴레를 상징하는 장치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기이하고 초현실적이다. 문.계단.의자.사다리 같은 소품을 활용해 기술 세계에서 발버둥치며 살아남으려는 인간 군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그 몸부림을 고난도 기계 체조와 공중 곡예로 나타낸다. 1992년도에 초연된 이 작품은 태양의 서커스 'Ka'의 모티브가 돼 더욱 유명해졌다. 031-780-8000
#트로이-안산문화예술의전당. 16~19일
80년에 창단된 프랑스 바로크 서커스단의 작품이다.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트로이 전쟁이 발발된 지 3000년이 지나 '일리아드'의 작가 호메로스가 다시 지상에 나타나 왕의 가면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줄거리로 삼고 있다. 전통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만큼 품격있고 아스라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무엇보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로 명명된 여성 출연진의 아찔한 공중 곡예가 백미다. 여기에 신화 속 인물들이 펼치는 불꽃 군무, 전투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저글링, 3m가 넘는 장대 위에서 펼치는 묘기 등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프랑스 서커스의 대부격인 연출가 크리스티앙 다케(65)는 "드라마와 고공 서커스의 짜릿함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031-481-3838
최민우 기자
◆아트서커스(Art Circus)=서커스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해 나온 말이다. 뉴 서크스(New Circus)라고도 한다. 과거 자주 등장하던 원숭이.코끼리 등 동물이 나오지 않는다. 라이브 음악에 맞춰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화하면서도 연극.무용.마임.기계 체조를 총 동원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무대 예술을 합쳐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