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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감염 땐 항체 10배 늘지만, 100% 면역 보장 못 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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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호 06면

직장인 김모(42)씨는 최근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했다. 그는 “부스터 백신까지 접종했고 코로나에 감염됐다 나았으니 슈퍼 항체가 생겼다”며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접종과 감염으로 얻게 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혼합) 면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국민 10명 중 9명(86.5%)은 2차 접종을 완료했고 3차 접종률도 61.5%에 이르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돌파감염자가 많아진 결과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된 뒤 백신을 맞거나 백신을 맞고 코로나에 걸린 경우 중화 항체 양이 백신만 맞을 때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비영리 미디어인 더컨버세이션은 “연구자들은 백신 접종 후 코로나 감염으로 얻은 하이브리드 면역이 매우 강력하고 1년 이상 유효하단 걸 발견했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적 있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강력한 보호를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팀이 화이자 백신 접종자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단순 백신 접종자보다 돌파감염자에서 항체가 더 다양하고 양도 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라호야 면역학연구소 소속 셰인 크로티 교수는 “하이브리드 면역은 다양한 변이를 중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항체를 더 만들어낸다”며 “완전 접종과 부스터 샷으로도 이런 게 이뤄지지만, 감염 후 접종했을 때가 더 빠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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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자연 감염이 백신보다 면역 유발 효과가 좋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백신은 병원균의 일부 단백질을 몸에 넣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실제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발현하는 모든 면역 반응을 100% 유발할 수 없기 때문에 면역 반응이 자연 면역보다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면역을 이유로 ‘한 번쯤 걸리는 게 낫나’라고 생각하는 건 모험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확률일 뿐 100% 안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며, 감염 시 중증과 사망 우려가 큰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에는 위험한 얘기”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이브리드 면역의 항체가가 높게 나오는 건 맞지만, 현재 코로나19 관련해선 어느 정도 항체가 형성돼야 감염을 예방하는지 기준 자체가 없다”며 “특히 앞으로의 유행 과정에서 새로운 변이가 나오면 아무 소용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엄 교수는 “백신 맞고 걸린 이들이 안전할 거라는 막연한 희망만 심을 수도 있고, 자칫 새 변이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려 결국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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