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방역 믿다 오미크론 확산, 확진자 발생률 미·영보다 높아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78호 06면

4일 충남 논산시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육군훈련소 제2사전투표소에서 훈련병을 인솔하는 장병이 방호복을 입고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4일 충남 논산시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육군훈련소 제2사전투표소에서 훈련병을 인솔하는 장병이 방호복을 입고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4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식당·카페를 비롯해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학원, PC방, 영화관·공연장, 오락실, 멀티방, 카지노, 파티룸, 마사지·안마소 등은 영업 제한시간이 오후 11시까지로 한 시간 늘어났다. 단 학원의 경우 평생직업교육학원만 오후 11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 미성년 학생이 다니는 일반 교습학원은 기존 조례에 따라 오후 10시까지만 허용된다. 영화관·공연장의 경우 상영 시작 시간이 오후 11시 이내여야 하며 종료 시간은 익일 오전 1시를 넘길 수 없다.

이번 대책에는 방역패스 적용 중단에 따라 행사·집회 허용 인원 확대 방안도 담겼다. 종전에는 행사·집회 시 접종자·미접종자 구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49명까지였지만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되면서 299명까지 확대됐다. 3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기존처럼 관계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배 등 정규 종교 활동의 경우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용 인원의 70% 범위 내에서 할 수 있고, 종교 행사는 최대 299명까지 가능하다.

연일 급증하는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추이에도 정부가 방역정책을 완화한 것은 현재의 거리두기 방식으로는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어차피 아침에는 출근하고, 점심에는 식당 가는데 거리두기 9시, 10시, 11시라고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신규 확진자 1000명에서 1500명 가는 건 막을 순 있겠지만, 지금 26만명을 25만명으로 줄인다고 해서 무슨 영향이 있겠나”고 말했다. 이젠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세운다고 해서 확산세를 막을 순 없는 시기라는 것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촉자 조사, 격리자 관리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고, 정부도 관리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며 “중증환자 위주로 관리하면서 피해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현실적으로 확산 방지가 어렵다는 근거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기존 델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1월 20일 첫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후 거의 2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24일까지 총 43만명이 코로나19에 걸렸다. 이 기간 사망자는 3400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5일 첫 오미크론 변이 환자가 발견된 후 상황이 변했다. 이후 100일만에 새로 나타난 확진자는 352만명으로 지난 2년간 나온 환자의 8배다. 그나마 사망자는 5180명 수준으로 크게 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김윤 교수는 “올들어서도 사망자 상당수는 기존 델타 변이 감염자로 보이기 때문에 치명률을 보면 지금 오미크론은 독감보다 낮은 상태”라며 “중증 환자 숫자가 최대치를 찍었지만 이게 많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방역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의 근거가 없다”며 “중환자 치명률, 위중증 이환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는데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결국 중환자 숫자가 늘어나는 구조라 2~3주만 지나도 사망자 수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7일 이동평균 기준으로 지난달 초 100만명당 신규확진자는 하루 평균 70명, 사망자는 0.5명 수준이었으나 한달이 지난 2일에는 확진자가 3300명, 사망자는 1.96명으로 늘었다. 확진자는 50배, 사망자는 4배로 증가한 것이다. 신규 확진자는 미국(173명)은 물론 영국(622명)보다 높은 수치다. 심지어 사망자도 미국(5.18명)보다는 적지만 영국(1.52명)보다는 오히려 많다. 거리두기 중심의 K-방역을 자찬하다가 오미크론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정기석 교수는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맞았는데도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맹위를 떨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정부가 계속 ‘괜찮다’,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며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고, 둘째, 백신으로 인한 면역이 다 떨어져 가고 있는데 정부는 국민 항체가 어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관리는 안 하면서 무작정 거리두기를 풀었고, 셋째, 해외와는 달리 우리는 모임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쉽게 퍼진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거리두기를 안 하고 확진자가 줄어든 적 있나”라고 반문했다. 아무리 오미크론이 성격이 다르다지만, 거리두기를 하고 안 하고는 분명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의료 체계 마비로 국민이 겪는 불편·불안이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소상공인의 이득보다 훨씬 크고, 아무리 효과가 없다고 한들 거리두기를 조이는 것과 조이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강력한 셧다운이든 뭐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특히 강조했다. 김윤 교수는 “자율방역을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인 등 기저 질환자를 보호하되, 요양원·요양병원에 집단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위중증 환자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집중관리군에 치료제(팍스로비드)를 빠르게 투약해야 하는데 아직도 2만5000명에게 투약한 게 전부”라며 “실제 집중관리군은 약 15만명 인데 이정도 투약했다는 건 살아날 사람도 죽고 있다는 뜻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남중 교수는 “산모, 영유아, 투석이 필요한 환자들처럼 ‘중증 환자는 아니지만, 코로나19 감염시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