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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하동 폐가서 미라 발견…부처님 모실 곳 찾던 승려 깜짝

중앙일보

입력

50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경남 하동군 악양면 한 폐가. 위성욱 기자

50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경남 하동군 악양면 한 폐가. 위성욱 기자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10여년간 버려진 폐가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당시 미라에 가까워 사망한 지 최소 수개월은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일 경남경찰청과 하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이 폐가 인근 암자에 사는 승려 A씨가 폐가 안 부엌에서 미라화된 시신을 발견했다. 키 170㎝ 정도로 추정되는 시신은 발견 당시 특별한 외상이 없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A씨는 경찰에서 “암자 옆 전망이 좋은 위치에 폐가가 있어 ‘평소 부처님 모시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집을 사기 전에 폐가를 둘러보러 갔다”며 “지인과 함께 집에 들어가 봤는데 부엌에 시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승려 A씨가 시신을 발견한 폐가 쪽으로 안내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승려 A씨가 시신을 발견한 폐가 쪽으로 안내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시신이 발견된 폐가는 야산 초입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단층 건물이었다. 창문 등 곳곳이 부서지고 잡풀이 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집에서 전방을 보면 저수지가 있고 뒤에는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인 형태다.

폐가는 가운데 큰방과 왼쪽에 작은방이 있었는데 두 방은 마루로 연결돼 있었다. 방안에는 여러 살림살이가 뒤엉켜 있었지만 잘 정돈된 이불이 서랍장 위에 놓여 있었고 깨끗한 플라스틱 휴지통 등도 있어 마치 누군가 최근까지 살았던 것처럼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 폐가는 10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집 안 일부 물품은 10년 전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물건도 다수 있어 숨진 남성이 이곳에 일정 기간 머물고 있다 사망한 것이 아닌가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폐가는 현재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 경찰은 발견된 시신과 현장에서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지 못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만간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50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경남 하동군 악양면 한 폐가. 위성욱 기자

50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경남 하동군 악양면 한 폐가. 위성욱 기자

경찰 관계자는 “발견된 시신은 미라화가 진행된 상태여서 사망 후 최소 수개월 이상은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안에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숨진 남성이 폐가에 살다 사망한 것인지는 부검을 통해 DNA 결과 등이 나와 신원이 특정되면 이동 동선 등을 파악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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