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습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그 생각 저도 똑같습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3일 새벽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주고받은 대화다. 둘의 대선 막판 단일화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대통령이 없었는데, 우리가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 보자”는 공감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두 후보는 지난 2일 마지막 대선 TV토론회가 끝난 뒤 자정 무렵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만났다. 이 빌라는 카이스트 교수로 안 후보와도 친분이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매형의 집이었다. 안 후보가 자정 무렵 먼저 도착했고, 서울 모처에서 촬영 중이던 윤 후보가 자정을 넘겨 도착했다. 앞서 단일화 실무 협상을 해왔던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던 건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네 캔이었다고 한다. 캔 뚜껑을 따자마자 윤 후보가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시죠”라고 제안하며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안 후보가 과거 인연을 소환했다.
▶안철수=“2016년이었죠? 그때 보궐선거에서 우리가 윤 후보를 당기려고 했었는데.”
▶윤석열=“(웃음) 기억하시네요. 그런데 2014년입니다, 후보님.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어 윤 후보가 이태규 의원과의 인연을 얘기했다.
▶윤석열=“이태규 의원과 제가 안대희 전 대법관과 친분이 있는 ‘안대희 계원’입니다. 제가 이 의원 진심캠프(2012년 안철수 대선캠프)에 추천한 사람 중 한 명인 거 아세요?”
▶안철수=“아니 저는 김성식 전 의원한테 추천받았는데, 여기저기서 추천한 사람 중 한 명이셨군요.(웃음)”
이후 윤 후보가 준비해 온 공동정부 구상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주요 대화의 재구성.
▶안철수=“제가 단일화를 해본 적 있지만, 각서나 종이 이런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걸 압니다. 문제는 신뢰입니다. 어떻게 신뢰를 주실 겁니까.”
▶윤석열=“저를 믿어주십시오. 제가 안 후보님을 믿겠습니다.”
▶안철수=“저는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석열=“그 생각 저도 똑같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정부를 한번 성공시킵시다. 그게 운명공동체 아닙니까. 윤석열 정권이 성공한다면 그게 안철수의 미래 아닙니까.”
▶안철수=“성공한 정부를 만들 구상이 있습니까. 180석 민주당을 어떻게 돌파할 겁니까.”
▶윤석열=“제 장점은 결정이 빠른 겁니다. 근데 저는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국정운영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2일 마지막 TV토론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둘의 ‘심야 회동’은 불확실했다고 한다. 극적 만남 성사엔 장 의원과 이 의원의 ‘핫라인’이 있었다. 2일 오후 장 의원과 이 의원은 통화에서 “일단 우리가 개인 자격으로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 역사의 죄인이 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고, 만나서 두 후보 간 토론 후 회동 추진에 합의했다.
안 후보는 합의 이후 3일 새벽 3시쯤 국민의당 주요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는 SNS 대화방에 “단일화 발표를 아침에 할 것 같다”며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에선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협상에 참여한 소수 인원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