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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첫 국정연설 "푸틴, 대가 치를 것…시진핑, 미국에 반대로 베팅 말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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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에서 빠져나오고 있고,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도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오판으로 세계가 위험해졌다고 비판하면서 위기에 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자유 진영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가 침략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골로 거론하는 중국이나 북한, 이란 등으로 상대를 확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미국과 세계에 대한 비용과 위협이 계속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푸틴, 자유 세계 굴복시킬 수 있다 오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엿새 전 자신의 위협적인 방식으로 자유 세계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근간을 흔들고자 했다"면서 "하지만 그는 심각하게 오판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푸틴은) 우크라이나로 밀고 들어가면 세계가 나가떨어질 거로 생각했다. 대신, 전혀 예상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힘의 벽'을 만났는데, 그게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탱크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둘러쌀지 모르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마음과 영혼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은 "(푸틴은) 서방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푸틴의 전쟁은 계획된 것이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이제 그가 행동했으니 자유 세계는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내내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빼고 푸틴으로만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등이 가한 제재로 "푸틴은 그 어느때보다 고립돼 있다"면서 "이 시기의 역사가 쓰여질 때 푸틴이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더 약하게 하고 나머지 세계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의 싸움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부상하고 있으며 세계는 분명히 평화와 안전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파랑과 노랑이 들어간 원피스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국화가 해바라기다. [사진 트위터]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파랑과 노랑이 들어간 원피스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국화가 해바라기다. [사진 트위터]

퍼스트레이디, 해바라기 자수 원피스로 우크라 지지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세계를 향해 분명한 신호를 보내자"고 제안한 뒤 외빈석에 앉아있던 옥사나 마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일으켜 세웠다.

옆에 있던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마카로바 대사를 꼭 안아줬고, 민주당과 공화당 가리지 않고 기립 박수를 보냈다.

질 여사는 소매 끝단에 노란색 해바라기 자수를 새겨 넣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국기 색이 파랑과 노랑이다.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는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 여성이 러시아 군인에게 '전사하면 꽃이라도 자라게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고 다녀라'고 꾸짖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다. 질 여사는 종종 패션을 통해 은근히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바이든 "자유 세계가 책임 추궁…한국도 참여"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 간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들과 푸틴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연대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자유 세계가 (푸틴에)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면서 유럽연합(EU) 27개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가 동참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든이 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연설 중 대러 제재 동참국으로 한국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러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한국은 국정 연설 직전 제재 동참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 62분의 연설에서 러시아 침공과 규탄에 12분을 할애했다. 유가 안정을 위해 30개국과 함께 전략 비축유 6000만 배럴 배출을 성사시켰고, 미국 영공에서 모든 러시아 항공기 운항 금지라는 새로운 규제도 발표했다.

바이든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러시아가 나토 동맹 영토를 1인치라도 침범하면 동맹을 끝까지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법무부가 푸틴 최측근인 신흥 부자(올리가르히)를 상대로 호화 사치품과 부동산 등을 끝까지 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들의 요트와 호화 아파트, 개인 전용기를 찾아내 압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낮춰 인플레이션 맞서겠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인플레이션 문제도 다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첨단 기술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인프라를 늘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한 방법은 임금을 낮춰 미국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인데, 나는 인플레이션에 맞설 더 나은 계획이 있다"면서 "임금이 아닌, 비용을 낮추는 것"을 제시했다.

바이든은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만드는 것, 미국에서 인프라 건설과 혁신을 더 많이 하는 것, 미국에서 더 많은 상품을 더 빠르고 값싸게 이동시키는 것,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더 많은 일자리 만드는 것" 등을 제시한 뒤 "외국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우리 미국에서 만들자"고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의 생산 능력 증대'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를 더 나은 미국 만들기(building a better America)라고 부른다"면서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내 계획은 여러분의 비용과 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정 연설엔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도 초대를 받고 자리했다. 바이든은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초기 투자 규모 200억 달러(약 24조원) 규모 새 공장을 짓는 것을 공개하면서 평균 연봉 13만5000달러(약 1억6000만원)짜리 첨단 고급 제조업 일자리 1만 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를 언급하면서 대선공약이자 경제 슬로건이었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표현은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법안 통과에 실패하면서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리브랜딩'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중국과 경쟁의 운동장 평평하게 해야"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과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언급은 자신의 경제 어젠다인 인프라 건설을 놓고 "21세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직면하고 있는 경제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할 때 등장했다.

이어 "내가 시진핑에게 말했듯 미국인에게 맞서는 쪽으로 거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경쟁을 독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경쟁자들과 경쟁의 운동장을 평평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연구개발(R&D)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탈(脫) 코로나 방향을 제시했다. 백신과 치료제, 마스크 등이 충분한 상황에서 "미국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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