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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함에 "꺼져라" 저항…우크라 수비대 13명 살아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전함의 공격에 저항하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흑해 지미니섬의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 13명이 살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이 현재 러시아군의 포로로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군함은 지난달 24일 크림반도 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작은 돌섬에 접근했다. 이 섬에는 우크라이나 경비대 13명이 주둔 중이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에도 끝까지 저항했는데, 특히 당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경비대 사이 오간 무전 음성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에 위치한 지미니섬. 구글지도 캡처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에 위치한 지미니섬. 구글지도 캡처

당시 러시아군은 “반복한다. 러시아 전함이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13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도 “꺼져라. 러시아 전함, 꺼져 버려라”고 응수하며 항복하지 않았다. 직후 이들은 러시아군에 의해 전원 희생됐다는 얘기가 우크라이나에 퍼졌다.

당시 교신 내용을 담은 30초짜리 짧은 영상은 SNS에서 회자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경수비대원 모두가 영웅적으로 숨졌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애도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수비대의 “꺼져버리라”는 마지막 교신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세계적으로 저항 정신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트)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폴란드국제문제연구소(PSIM)의 다니엘 스젤리고프스키 박사는 “우크라이나에 현대판 테르모필레 영웅들이 있었다”고 비유했다. 테르모필레 영웅은 과거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공할 당시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던 300명의 용사를 일컫는다.

우크라이나 해군 공식 페이스북 계정. ″우크라이나 형제들(국경수비대)이 잘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처

우크라이나 해군 공식 페이스북 계정. ″우크라이나 형제들(국경수비대)이 잘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처

그랬던 이들이 살아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지미니섬 국경 수비대가 살아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며 “그들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뒤 국경수비대와 우크라이나군이 병사들을 찾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현재 지미니섬에 13명의 수비대 외에도 시신을 수습하거나 부상자를 돕기 위해 왔던 우크라이나 민간 어선도 잡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리의 형제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기쁘다”며 “러시아는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시민 억류를 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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