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입에서 ‘단일화’란 말이 싹 사라졌다. 윤 후보는 28일 종일 강릉ㆍ속초ㆍ홍천ㆍ춘천 등 강원도 일대를 돌며 한 표를 호소했다. 윤 후보의 유세 발언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과 사전 투표 독려에 초점이 맞혀졌을 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나 단일화 등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날 유세는 전날 윤 후보가 직접 안 후보 측과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세세히 공개한 직후라 향후 선거 운동 전략의 가늠자이기도 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고는 해도, 4자 대결을 기조로 선거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꺾어야 할 상대는 이재명 후보”라고 말했다. 단일화 상대가 아닌, 경쟁자 안철수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윤 후보의 이날 메시지는 철저히 이재명 후보를 향했다. 첫 유세지역이었던 동해시 천곡로에서 본인을 ‘강원도의 외손’이라 소개한 윤 후보는 민주당이 중대선거구제 등을 당론으로 채택한 걸 두고 “대선 전 이런 걸 꺼내는 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며 “선거를 공작과 세뇌로 치르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강릉에선 “이 사람들, 국민을 얼마나 가재나 게, 붕어, 그러니까 ‘가붕게’로 아느냐”는 말을 해가며 표현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윤 후보는 “5년간 집권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다 의석 몰아주니 날치기 통과 일삼고, 상임위원장 독식하고, 다수당 횡포질을해왔다”며 ”대선 열흘 남기고 뭔 놈의 정치 개혁이냐. 무도한 민주당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이날 “사전 투표를 반드시 해 달라”는 말도 자주 했다. 그간 일부 보수진영 지지층 사이에선 “사전 투표는 조작 가능성 때문에 믿을 수 없으니, 당일에 투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당일 투표만으론 이길 수 없다. 국민의힘이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사전 투표를 독려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사에 “윤석열도 사전투표하겠습니다”는 백드롭(뒷 걸개)도 걸었다. 대선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양 진영이 결집하는 가운데, 결국 지지층인 ‘집토끼’들의 투표 참여가 승패와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윤 후보는 그간 민주당을 ‘이재명의 민주당’과 ‘양식 있는 민주당’으로 갈라치기 해온 발언을 이날도 이어갔다. 윤 후보는 “민주당에도 이재명 일당에게 내몰려 기를 펴지 못하는 양식 있는 정치인이 있다”며 “국민의힘의 집권하게 되면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과 협치를 통해 국민을 통합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윤 후보 유세장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동해시 유세에선 대선 레이스 초반, 이른바 ‘윤핵관’으로 지칭됐다 이준석 당 대표와 갈등을 빚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권성동 의원이 연단에 올랐다. 권 의원은 “제 별명이 윤핵관이다. 저, 윤핵관인 거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윤석열을 선택했느냐.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국민과 헌법에 충성하기 때문으로, ‘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동해가 지역구인 이철규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모든 것은 다 인간관계다. 법과 원칙도 있지만, 예산 확보 사업은 대통령과 관계가 좋으냐가 작용한다”는 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