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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에 ‘성장률 3%, 800억달러 흑자’ 전망, 수정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하면서 성장률 등 정부가 내놓은 기존 한국 경제 전망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물가ㆍ산업 등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데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커져서다.

25일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 실질 성장률 3.1%, 경상수지 800억 달러 흑자를 각각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전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은 3.1%로 기존 전망(2%)보다 1.1%포인트 올렸지만, 성장률은 종전과 같은 3%를 제시했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81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낮췄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경제의 거시 경제 변수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큰 것은 물가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수입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에 달하면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에는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봤다. 120달러면 1.4%포인트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이는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등 연쇄적으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준다. 한국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 강화로 글로벌 교역 조건이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이 더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원화가치 및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의 후폭풍도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305억 달러 감소한다. 120달러까지 오를 경우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는 각각 0.4%포인트, 516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만 돼도 기재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3.1%보다 0.3%포인트 낮은 2.8%로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유가 상승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제유가 상승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는 그나마 국제유가의 영향만 놓고 분석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장률과 경상수지 전망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경제전망과 관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적인 무력충돌이나 경제제재까지는 감안하지 않았다”며 “전면적 무력충돌이나 제재가 이뤄진다면 물가에는 상방, 성장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당장 원재료비 부담이 커진 화학ㆍ정유ㆍ철강 등의 타격이 우려된다. 자동차 업계도 영향권에 놓였다. 한국이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금액의 약 40%가 자동차ㆍ부품이다. 현대차의 경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23만 대를 생산해 인접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와 팔라듐의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아 부담이다. 미국이 제3국에서 미국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을 막는 제재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은 장기계약의 비중이 높고, 수출입 측면에서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비중이 크지 않아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 교란으로 원자재 및 에너지 수급 상황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수급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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