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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골 해트트릭...악몽 경험한 뉴질랜드 여자 국가대표 수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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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뉴질랜드 수비수 메이케일라 무어(오른쪽). [AP=연합뉴스]

미국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뉴질랜드 수비수 메이케일라 무어(오른쪽). [AP=연합뉴스]

웬만한 선수는 평생 한 번 기록할까 말까 한 자책골. 그런데 자책골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최악의 경험을 한 선수가 있다. 뉴질랜드 여자 축구대표팀 수비수 메이케일라 무어(리버풀)다.

무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디그니티 헬스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여자축구 4개국 대회 쉬빌리브스컵 미국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에만 자책골로 세 골을 내줬다.

자책골 해트트릭을 기록한 무어(가운데)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AP=연합뉴스]

자책골 해트트릭을 기록한 무어(가운데)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AP=연합뉴스]

그의 불운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찾아왔다. 미국 소피아 스미스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무어가 골문 왼쪽에서 오른발 뻗어 걷어내려 했다. 하지만 무어의 발에 맞은 공은 그대로 뉴질랜드 골문에 빨려들어갔다. 1분 뒤 또 악몽이 찾아왔다. 이번엔 헤딩 자책골이었다. 미국 카타리나 마카리오의 헤딩슛이 무어의 머리에 맞고 뉴질랜드 골망을 갈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반 36분 미국 공격수 마거릿 퍼스가 뉴질랜드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가운데로 찔러 준 공이 골문 앞에 있던 무어의 왼발에 맞고 다시 자책골이 됐다. 오른발, 왼발, 머리로 자책골을 기록한 한동안 무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대표팀 감독은 전반 40분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린 무어를 레베카 스토트와 교체했다.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전반 40분 교체되는 무어. [AP=연합뉴스]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전반 40분 교체되는 무어. [AP=연합뉴스]

미국 폭스스포츠는 "불행은 한꺼번에 밀려온다. '미국판 악몽'"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축구 통계사이트 풋볼조는 "퍼펙트 자책골 해트트릭"이라고 전했다. 뉴질랜드는 0-5로 졌다. 무어의 자책골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 친선경기(한국 2-1 승)에서도 자책골을 기록했다.

클림코바 감독은 경기 후 "어떤 선수나 훌륭한 경기를 하는 날도 있고, 힘든 경기를 하는 날도 있다. 오늘이 그에게는 힘든 날이었다"며 제자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물론 슬프고 실망스럽겠지만 우리는 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고 선수인지 알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모두 그의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블라트코 안도노프스키 감독도 "세 번의 자책골 때 모두 그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며 상대 팀 무어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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