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 '5m 테이블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5m 길이의 테이블 양 끝에 앉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서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회담해 시선을 끈 바 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크렘린 궁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러시아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이한 풍경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컬링을 해도 되겠다', '시소 탁자'라는 등 조롱이 퍼지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상대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물리적인 구도로 푸틴식 권위의 과시라고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전쟁을 원하느냐"라고 자문한 뒤 "당연히 아니다"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협상을 제안한 이유"라고 말했다.
푸틴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6일 공격' 가능성,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48시간 내 침공' 가능성 언급 뒤에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전망에 대해 "러시아는 상황 전개에 따라 행동하겠지만, 서방 파트너들과 합의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안보 이슈에 대해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 지금 당장 외교적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발트 해 해저를 통과하는 러·독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 이 가스관이 가동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가스관 사업은 철저히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또 서방에서 수요가 있으면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도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외교적 가능성은 전혀 소진되지 않았다"며 "일부 (러시아) 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은 좋은 신호다. 우리는 더 많은 소식이 뒤따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지속적 안보는 러시아에 반해서가 아니라 러시아와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