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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법 왜곡죄' 尹 '보호수용제'…이름까지 똑같은 공약도 있다 [Law談 스페셜-공약분석(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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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후보의 사법제도 공약 중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향후 합의로 추진할만한 것들이 적잖다. 시각차가 뚜렷한 ‘검찰개혁’을 제외하면 법원과 법무 관련 공약 상당수가 유사해서다. 다만 법원 관련 공약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에 의한 사법 통제’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어 다소 결이 다르다.

15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윤석열(기호순) 후보는 모두 전문법원 확대를 공약했다. 현재 한국 법원은 대법원·고등법원·지방법원 외 특허·가정·행정·회생법원 등 4개의 전문법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여기에 노동법원 추가로 설치하겠단 공약을 공약집에 담았다. 노동 관련 민사·행정사건은 노동법원에서 1심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노동법원의 사건 심리에 노동 분야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밖에 해사사건·국제상사 분쟁을 전담하는 법원 도입 검토도 제시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5일 오전 서울 독립문역 사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두 후보의 사법제도 관련 공약 중엔 공통된 것도 적지 않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5일 오전 서울 독립문역 사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두 후보의 사법제도 관련 공약 중엔 공통된 것도 적지 않다. 뉴스1

윤 후보 역시 해사전문법원 설치를 공약했다. 윤 후보는 “해마다 해사분쟁·해양사고 발생 건수는 증가하지만, 국내에 전문성을 갖춘 해사전문법원이 없어 국외에서 많은 해사사건을 처리하며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소년보호(가정법원)·소년형사(일반법원) 사건을 통합 처리하고 아동·가족 관련 가족법(가정법원)과 아동학대·가정폭력·연인폭력 등 형사법(일반법원)을 집중해서 다룰 ‘통합가정법원’ 도입도 약속했다. 아동·가족 사건에 대한 사법적 해결뿐 아니라 복지·후견 역할을 더해 ‘한 가족 한 판사’ 한 가족 한 팀‘ 등 적극적 감독과 연속적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료적 사법(therapeutic jurisprudence)’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노동법원과 해사법원 설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추진됐다가 중단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재공약한 것이기도 하다. 이미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추진되고 있어 새로울 건 없다. 다만, 노동법원 신설 시 중앙노동위원회 등 정부의 노사 간 갈등 조정 기능을 건너뛰어 수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재계 역시 노동법원 도입엔 부담스러운 분위기라 사회적 합의가 선결 조건으로 남아있다. 통합가정법원 역시 오랜 시간 사법부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주제지만,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법적 판단을 넘어 가치 판단 영역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를 두곤 법조계 내 견해가 여전히 분분하다.

논쟁적 화두 던진 대선 후보의 ‘사법제도’ 공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논쟁적 화두 던진 대선 후보의 ‘사법제도’ 공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두 후보는 ▶대국민 법률지원서비스 개선 ▶범죄피해자 지원 강화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국민 법률지원서비스의 경우 ‘원스톱(one-stop) 서비스’로 그 이름도 같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법률지원서비스를 통합해 서민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소송구조를 강화하겠단 것이다. 국선변호인에 대한 처우를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공히 내놨다. 범죄피해자 지원 공약의 경우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지원 대상·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경우 무고·위증·사기 등 3대 거짓말 범죄에 대해선 엄벌과 함께 별도의 구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는데, 특히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의 경우 중형 선고가 가능하도록 처벌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는 여성계에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입막음 효과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법원에 대한 외부 견제·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법원개혁’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국민을 섬기는 법관에 의해 재판받도록 하겠다”며 비(非)판사 출신 법조인의 대법관 임명을 추진하고 대법관 수를 늘리겠다고 했다. 검사와 판사에 대한 ‘법왜곡죄’를 신설·적용해 재판 또는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 일방에 유리하게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처벌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직무범죄를 처벌하는 기존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에 더해 판·검사 직무 관련 범죄를 가중 처벌하자는 취지다.

독일 형법의 법왜곡죄(1년~5년 징역형)를 들여오는 것으로 왜곡의 의미와 범위가 불명확해 위헌 시비가 일 수 있으며 고소·고발 등 사법 불신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법조계에선 나온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이 후보는 또 법원에 대한 국민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국민참여재판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판사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임의로 배제하지 못 하게 하고 ▶판사가 피고인인 형사사건의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는 한편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무죄 평결 시 검사의 항소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법이 다수 논리에 따라가게 되면 포퓰리즘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하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었던 보호수용제를 다시 꺼냈다. 흉악범죄자를 가석방할 때 바로 사회에 복귀시키지 말고 일정 기간 보호수용시설에서 생활하며 사회 적응에 필요한 직업훈련이나 상담치료를 받는 제도를 만들겠단 것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선 이미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과 국회 입법으로 폐지된 권위주의 정부 시절 보안감호·보호감호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려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 후보는 “보호수용을 교정 방식의 다양화 일환으로 가석방 조건 아래 시행하면 이중처벌금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라고 해도 자유박탈적 성격이 존재하는 한 이중처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박도 여전하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형벌과 보호수용은 개념적으론 구분할 수 있다고 해도 사회에서 격리해 시설 내에 수용하고 대상자를 교화해 사회에 복귀시키려는 취지는 같다”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2011년 ‘피보안감호자가 일반수형자와 비교해 면회시간, 보다 긴 특별휴가 허용 등과 같은 형식적·양적 차이만 있을 뿐 질적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형법은 형벌과 보안처분으로 구분하는 이원주의적 입장에 있는데도 책임에 대한 응보에 더해 행위자의 재범 위험성까지 포함한 상습범 처벌규정을 형벌규정으로 유지하고 있어 이중처벌의 위험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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