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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배그 노하우, 우리가 C2E로 가는 이유”…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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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 크래프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 크래프톤]

크래프톤이 움직인다. 지난해 말 주요 게임사들이 줄줄이 NFT(대체불가능토큰)·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구상을 쏟아냈을 때만 해도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크래프톤도 관련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울옥션블루와 NFT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데모 영상도 공개했다. 지난 9일에는 네이버 제트(제페토 운영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이용자 창작 콘텐트(UGC) 오픈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왜 바뀐걸까. 게임 업계에선 주가 급락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8월 코스피 상장후 56만 7000원(11월 17일)까지 올랐던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 11일 25만 9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역대 최저이자, 공모가(49만8000원)의 52% 수준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크래프톤의 메타버스 청사진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팩플팀은 김창한(48) 크래프톤 대표를 서면과 화상 인터뷰(11일)로 만났다. 글로벌 히트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김 대표는 2020년부터 크래프톤 대표를 맡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늦지 않았다" 

크래프톤이 지난 8일 공개한 버추얼 휴먼. [사진 크래프톤]

크래프톤이 지난 8일 공개한 버추얼 휴먼. [사진 크래프톤]

최근 새로운 계획을 잇달아 공개했다.  
“크래프톤은 게임이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수년간 게임 제작 역량을 축적해 왔고 올해 그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게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도 시작하게 됐다. 그간 축적한 게임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만드는 일이다.”
주가 방어를 위해 뒤늦게 설익은 계획을 공개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를 표방한 게임사 프로젝트가 그간 다수 소개됐다. 하지만 일반 이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출현하지 않았다. 이용자는 없고 다들 가능성만 얘기한다. 업계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실체에 대한 의문이 있는 서비스들까지 범람하고 있다. 즉 아직 초기(early stage)란 의미다. 먼저 시작 선언을 했다고 먼저 도착하진 않는다. 분명한 방향과 강점이 있는 자가 약진할 수 있는 단계다. 우리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메타버스에 대한 크래프톤의 방향성은 뭔가.  
“시작은 2018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의 결합은 한때 지나갈 유행으로 생각했다. 다만 기술과 게임업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는 꾸준히 관찰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NFT를 접하면서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 내부적으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토론을 거듭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창작자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보상을 주는 웹3.0 표방 기술이 (게임에) 적용되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건 이용자들에게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주느냐는 것이다. 즉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다. 우리가 잘하는 건 게임을 만들면서 축적한 가상세계 구축 능력, 상호작용을 디자인해 재미를 끌어내는 능력이다. 세상이 변화했지만 우리가 가진 능력은 그대로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 외 영역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크래프톤이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이미지 [사진 크래프톤]

지난해 크래프톤이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이미지 [사진 크래프톤]

"게임, 콘텐트 창작 C2E의 핵심"

크래프톤도 ‘돈 버는 게임’(P2E·게임을 통해 얻은 아이템으로 코인거래)을 만드나.
“아니다. 우린 P2E가 아닌 C2E(Create to Earn)를 택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콘텐트 창작이 신선한 재미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P2E가 ‘콘텐트 소비를 통한 돈벌기’라면 C2E는 ‘콘텐트 창작을 통한 돈 벌기’다. 이미 유튜브, 로블록스, 제페토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그 재미가 증명됐다. 물론 창작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결과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콘텐트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실질적 가치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매력적이지 않나. P2E 이용자들은 효율적으로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 방법에 집중한다. 반면 C2E 창작자들은 어떻게 재밌는 콘텐트를 만들지 고민한다. 하나만 묻자. P2E에서 버는 돈은 어디서 오는 건가. 토큰 가격 오르는 것 말고 어떤 가치를 주는가.”
구체적으로 뭘 만든다는 것인가.  
“이용자 창작 콘텐트(UGC)를 거래할 수 있는 오픈 메타버스다. 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공간 활동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게임도 기존 영역을 넘어 이용자가 상호작용하는 가상 세계로 확장될 것이다. 게임을 중심으로 다른 모든 형태의 미디어와 IP가 융복합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것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겠지만 우리는 UGC를 NFT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는 오픈 메타버스를 생각한다.”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가 합작사를 세우고 NFT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든다. 사진 각 사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가 합작사를 세우고 NFT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든다. 사진 각 사

네이버 제트(제페토)와의 협업이 그 일환인가.
“그렇다. UGC 오픈 메타버스를 만들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월드(가상세계) 구축, 샌드박스 개발(콘텐트 창작 도구), 그 안의 소셜 서비스와 활동 활성화. 월드와 샌드박스 제작은 크래프톤이 주도할 것이다. 우린 온라인상에 64㎢ 규모로 현실감 있는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최대 100명이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다년간 운영해왔다. 여기서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면 수준 높은 가상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여기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생태계를 운영하는 일에 익숙치 않다. 네이버 제트는 창작자와 이용자를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만든 경험이 풍부하다. 최적의 파트너인 이유다. 지금은 네이버 제트와 방법을 논의하는 단계다. 전사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할 것이다.”
그 메타버스가 웹3.0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웹3.0의 핵심은 탈중앙화다. 웹 3.0 서비스는 정보가 공개돼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이탈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또 서비스 생태계 안에서 구성원들 간 생산·소유·거래가 원활해야 한다. 이런 웹 3.0 가치를 기반으로, C2E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우리의 방향이다."

"크래프톤 토큰도 가능…P2E 코인은 아냐"

‘크래프톤 토큰’도 발행하나.
“필요하다면 발행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중개자를 통하지 않고, 시스템 자체만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기술적 특징이 있다. 결제 및 거래가 가능한 기술적 도구인 셈이다. 이는 창작자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이다. 또 NFT는 창작자가 저작물에 대한 원본성을 증명할 수 있는 도구다. 지금 대다수 서비스들은 이런 특징을 제대로 활용 못 하고 돈벌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보석엔 흙이 묻어도 가치에 변함이 없듯 블록체인과 NFT 기술 자체는 여전히 가치 있다. 그러나 기존 배틀그라운드를 포함한 게임 내 활동을 통해 코인이나 NFT를 얻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 추이. 그래픽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크래프톤 주가 추이. 그래픽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상장한 지 6개월 됐는데, 주가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책임감을 느낀다.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고, 글로벌 환경 영향도 있었다고 본다. 기존 게임의 서비스 효율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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