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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배그'뿐인데 몸값이 28조?…크래프톤 공모가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05:00

지면보기

경제 01면

크래프톤은 영화배우 마동석 제작 및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를 배틀그라운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영화배우 마동석 제작 및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를 배틀그라운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 크래프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고 기대주 크래프톤이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하나로 FPS(1인칭 슈팅 게임) 시장 글로벌 최강자 반열에 올랐다지만 이 회사가 앞으로 더 뭘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

무슨 일이야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크래프톤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이유에 대해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결과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 시장에선 높은 공모가를 정정 요구 원인으로 추정한다.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액은 주당 45만8000~55만7000원. 월트디즈니, 일렉트로닉 아츠(EA),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 등 글로벌 회사와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3N의 시장가치를 참조해 산출한 시가총액은 35조 736억원.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해 실제 공모가 범위를 정했다고 한다. 상장 예정 주식 수(5030만4070주)를 감안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23조~28조원이다.

·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은 지난해 매출 3조 1306억원, 영업이익 1조 1907억원을 올렸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시가총액은 21조원 안팎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시총은 각각 18조, 11조원이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매출은 이들보다 적은 1조 6704억원. 그런데 시총은 3N보다 더 높다고 자평한 것이다. ‘NBA 2K’ ‘문명’‘GTA’시리즈로 지난해 3조원 넘게 번 미국 게임사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약 23조원)보다도 높게 잡았다. 크래프톤은 28일 “기재 정정 요청 받은 내용에 대해 성실히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게임사 매출과 시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주요 게임사 매출과 시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크래프톤의 강점: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자신감의 원천은 성공한 지식재산(IP) '배그'다.

① 메가 IP: 크래프톤은 2017년 3월 스팀(Steam·PC용 게임마켓)을 통해 배그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한정된 공간 내 3대3, 5대5 전투에 익숙했던 FPS 게이머들은 100명이 최대 64㎢에 달하는 오픈월드에서 한꺼번에 싸워 승자를 가리는 배그의 설정에 열광했다. 이후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버전도 출시하며 미국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지난 3월 기준 7500만개 이상 판매. 2018년 3월 출시한 ‘배그 모바일’도 누적 10억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② 글로벌 IP: 증권가에선 배그에 대해 “게임 역사상 중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히트한 유일한 IP”(메리츠증권 김동희 연구원)라고 본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각각 20.1%와 18.7%를 차지하는 양대 축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중 약 68.1%가 A사에서 나왔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선 A사가 중국 퍼블리셔(배급·유통)인 텐센트로 추정한다. 국내 대형 게임사 한 임원은 “크래프톤, 넥슨·네오플(던전 앤 파이터), 스마일게이트(크로스파이어) 등 텐센트와 손 잡은 국내 게임사는 수익원이 안정적”이라며 “중국이 워낙 큰 데다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크래프톤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크래프톤의 약점: 배틀그라운드

강점의 근거 몇 글자를 바꾸면 약점이 된다. '지금 잘나가는 배그는 알겠는데, 그 이후엔 뭐가 있냐'는 질문에 크래프톤은 아직 똑부러진 답을 못 내놨다. 통상 게임회사의 시장가치는 현재보단 미래 성장성에서 나온다.

① ‘똘똘한 한 놈’(One IP) 리스크: 게임업계에서 '원 아이피'는 약점이다. '검은사막'으로 알려진 게임사 펄어비스가 2017년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사태를 겪었던 것도 원 아이피 영향이 크다. 크래프톤도 알고 있다.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회사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다는 의미. 하지만 제2의 배그 만들기가 그리 간단치 않다. 지난해 말 출시한 PC게임 엘리온은 고만고만한 성적을 내는 중.

② 중국 리스크: 매출이나 주주 구성에서 중국 영향력이 크단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15.52%)는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16.43%)과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크래프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크래프톤은 인도에서 중국 텐센트를 통해 ‘배그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다 지난해 중국·인도 간 갈등으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③ 인도가 대안?: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글로벌을 미래 성장전략으로 내세우며 인도를 강조했다. 텐센트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인도에서 출시 예정인 배그 모바일의 사전예약자 수는 최근 200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인도가 유망한 게임 시장인지 검증이 부족하다. 국내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다른 메이저 게임사들이 이제까지 인도에 안 간 이유가 있다”며 “인도 전략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연내 출시 예정인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앞으로는?

크래프톤이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려면 적정가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상태라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개별기업이 실제 기업가치 대비 높게 평가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되면 초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제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나올 크래프톤의 신작(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이 얼마나 성공할 지가 크래프톤과 투자자들에겐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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