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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배그' 만든 크래프톤 CEO는 열공 중, 왜 딥러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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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대로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대로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게임회사 크래프톤에는 모순적 한 쌍이 있다. ‘이거 한다’ 돌진하는 김창한 대표(CEO)와 ‘이거 되나?’ 제동 거는 장병규 이사회 의장(창업자)이다. 장 의장이 “우린 액셀과 브레이크”라고 했을 정도. 둘이 정반합을 이룬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는 한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사(史)를 새로 썼다.

팩플레터 110호 요약본 #팩플 인터뷰,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

크래프톤의 엑셀이 다시 가동한다. 김창한 대표가 “크래프톤은 딥러닝으로 간다”고 선언했다. 회사가 기업공개(IPO) 준비로 한창 바빴던 지난 7개월간, 대표가 직접 딥러닝을 공부했다고 했다. 딥러닝은 인간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이용하는 인공지능(AI) 학습법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1월 스캐터랩(AI 챗봇 ‘이루다’ 개발사)에 투자해 지분 4.21%를 확보했고, 3월에는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운영하던 커플 메신저 앱 ‘비트윈’을 통째로 인수했으며, 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와는 딥러닝 언어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펍지(PUBG) 사무실에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만났다. 배그를 만든 스타 개발자에서 크래프톤 전체 수장이 된 지 1년 만에 가진 인터뷰다.

CEO, 딥러닝 과외받다 

왜 지금 딥러닝인가?
“나도 20년 차 엔지니어다. 딥러닝 기술이 미래의 삶과 비즈니스를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CEO가 되면서 현재 크래프톤이 잘하는 것 외에 미래를 준비하려면 어느 영역일까 고민했고, 딥러닝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팀원들과 매주 세미나를 했다.”
왜 CEO가 직접 배웠나.
“직원 2000명 넘는 나름 큰 회사다. 맡겨놓으면 그럴듯한 보고가 올라올 거다. 그런데 되는 척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직접 공부했다. 딥러닝 개발자도 뽑아야 하는데(채용 목표 100명) 알아야 뽑을 수 있지 않나.”
배워 보니 어떤가.
“과대평가 돼 있다는 느낌이다. 되는 것처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로 되게 하려면 한참 걸릴 영역이 많다. 크래프톤만이 할 수 있는 딥러닝 영역을 진행해도 맞겠다고 판단했다.”
이사회의 반응은?
“보통 회사들은 저명한 딥러닝 연구자를 모셔와 시작하는데, CEO인 내가 직접 해보겠다 하니 오히려 좋아하더라. ‘우리도 안 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진지하구나’ 하는.”
그래픽=정다운 인턴, 사진=우상조 기자

그래픽=정다운 인턴, 사진=우상조 기자

크래프톤 딥러닝 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넷. ①인간과 대화하는 ‘언어 모델’, ②광범위한 대화가 가능한 ‘오픈 도메인’, ③텍스트를 감정 입힌 음성으로 바꾸는 ‘보이스 액터’, ④사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캐릭터 애니메이터’다. 이중 한국어 AI 언어모델은 크래프톤-보이저엑스가 공동 개발해 연내 완성된다고.

최종 지향점은?
“궁극적으로는 실시간 몰입감 있게 상호작용하는 버추얼 프렌드(가상 친구)를 만들고 싶다. 거기 필요한 기술이 저 넷이다.”  
게임 속 친구인가?  
“게임 안에서 만날 수 있지만, 독자적인 앱이 될 수도 있다.”
언제쯤 나올까.
“버추얼 프렌드의 완성 이전에, 4개 기술을 각각 사업화하는 게 목표다. 그래야 ‘이런 것도 되네’가 아니라 ‘이런 걸 쓰네’ 수준으로 기술이 고도화된다. AI와의 친구 같은 대화는 내년 상반기쯤 될 것이고, 그 다음은 대화형 게임을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메신저 앱 비트윈의 10년 운영 노하우를 넘겨받으며, AI 대화 모델에서 지름길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데이터 활용 관련 질문에 “아직은 딥러닝 연구에 어떠한 직접적인 사용자 데이터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를 적법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회사”라고 했다.

딥러닝에서 크래프톤의 강점은?  
“게이머들과의 상호작용을 설계해 본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IPO 후 자금 조달 등의) 가용 자원이 있으면서도, CEO가 직접 팀을 꾸려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움직인다는 경쟁력이 있다.”
회사의 업이 바뀌는 건가.
“게임의 개념을 확장하는 거다. 게임을 쪼개 보면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설계하고(인터랙션 디자이너),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월드 빌더), 즐거움을 선사하는(펀 메이커) 것이다. 딥러닝도 이 노력의 일환이다.”
투자 규모는.
“스노볼링(눈덩이를 굴림) 방식으로 키워 갈 거다. 배그 개발 때도 회사는 ‘게임 몇 장쯤 팔 거냐’ 물었지만 나는 ‘모른다’고 했다. 결과를 예측하려면 자꾸 과거를 봐야 하는데, 디지털 세상의 미래는 숫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맨 왼쪽)와 7개월간 딥러닝 세미나를 한 팀원들. 왼쪽부터 김훈, 염화음, 알베르토 세제르. 우상조 기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맨 왼쪽)와 7개월간 딥러닝 세미나를 한 팀원들. 왼쪽부터 김훈, 염화음, 알베르토 세제르. 우상조 기자

크래프톤의 힘, 다양성

크래프톤은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를 ‘펍지·블루홀·라이징윙스·스트라이킹디스턴스’의 4개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했다. 넷 다 다른 장르 게임을 만든다. 지난해 자회사 펍지엔터테인먼트를 세웠고, 미생·시그널의 이재문 PD가 세운 영상제작사 히든시퀀스에도 50억원을 투자했다. 배그 IP를 활용한 드라마·웹툰 등을 만들겠다는 것.

이런 사업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나?
“궁극적인 연결점은 있지만, 이를 탑다운(top down)으로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버추얼 프렌드가 목표니까 여기에 맞게 일해’가 아니라, 그와 무관하더라도 각각 독립적 비즈니스가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이 다양해질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다. 직원 국적도 다양하다.”
크래프톤 문화에서 지키려는 게 있다면?
“글로벌 협업이 가능한 문화. 시차와 언어 장벽 같은 비효율이 분명 있지만,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며 충돌할 때 다른 조직에 없는 생산성과 가치가 나온다. 사내에 30명 이상의 동시통역팀이 있어서 누구나 언어 장벽 없이 협업한다.”

배틀그라운드는 버티는 게임이다. 최후의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그게 내가 될 때까지. 현란한 기술도 필요하지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배그의 성공까지 여러 번 실패도 겪은 김 대표의 개발 인생과 겹치는 면이 있다. 김 대표는 크래프톤 지분의 1.21%를 보유했는데, IPO 후 가치는 수천억 원 대로 예상된다.

김창한은 왜 오늘 열심히 사나?
“사명감? 한국은 미국·중국과 규모로 경쟁이 어렵고, 적은 인력으로 세계에 영향 미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배틀그라운드 콘텐트 하나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대한 책임감이다. 최선을 다해 오리지널 IP를 만들고 키울 것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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