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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CEO는 왜 딥러닝 열공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16:55

업데이트 2021.08.28 10:40

팩플레터 101호 2021. 06. 03

Today's Interview
'배그' 개발자가 딥러닝에 빠진 이유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하반기 IPO 최대 기대주'라면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가 꼽힙니다.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은 게임계에서나, 창업계에서나, 증시에서나, 두루두루 핫한 회사가 됐습니다. 상장 직후에는 '누가 얼만큼의 주식 부자가 됐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겠지요. 부자들은 뭐하고 살까? 궁금했는데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새로운 분야를요. '배그를 만든 스타 개발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심서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게임과 딥러닝의 결합이라는 주제 외에도, 개발자 출신 대표가 생각하는 CEO의 역할이 뭔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팩플레터 #팩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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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크래프톤에는 모순적 한 쌍이 있다. ‘이거 한다’ 돌진하는 김창한 대표(CEO)와 ‘이거 되나’ 제동 거는 장병규 의장(창업자)이다. 장 의장이 “우린 엑셀과 브레이크”라고 했을 정도. 둘이 정반합을 이룬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사(史)를 새로 썼다.

크래프톤의 엑셀이 다시 가동한다. 김창한 대표가 “크래프톤은 딥러닝*으로 간다” 선언했다. 한창 회사가 기업공개(IPO) 준비로 바빴던 지난 7개월 간, 대표가 직접 딥러닝을 공부하며 사업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딥 러닝 : 인간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기계학습법. 기계가 대규모 데이터의 패턴과 규칙을 파악해 스스로 학습한다.

움직임은 빠르다. 지난 1월 크래프톤은 AI채팅 봇 ‘이루다’를 만든 스캐터랩에 투자해 지분 4.21%를 확보했고,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운영하던 커플 메신저 앱 ‘비트윈’을 통채로 인수했다. 남세동 대표의 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와 딥러닝 언어모델 공동 개발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펍지(PUBG) 사무실에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만났다.  펍지(‘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의 자회사)의 대표에서 크래프톤 전체 수장이 된 지 1년 만에 가진 인터뷰다. 김 대표가 이끄는 딥러닝 조직에서 팀원 4명도 동석했다.

CEO, 딥러닝 과외 받다 

왜 지금 딥러닝인가?
“나도 20년차 엔지니어다. 시간 문제일 뿐, 딥러닝 기술이 미래의 삶과 비즈니스를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CEO가 되면서 현재 크래프톤이 잘 하는 것 외에 미래를 준비하려면 어느 영역일까 고민했고, 딥러닝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공부했다. 딥러닝 팀원들과 7개월간 매주 세미나를 했다.

왜 CEO가 직접 배웠나?
“직원 2000명 넘는 나름 큰 회사다. 맡겨놓으면 그럴듯한 보고가 올라올 거다. 그런데 되는 척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직접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딥러닝은 학부 전공이 없다보니 대부분 경력이나 독학으로 익힌다.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알아야 뽑을 수 있지 않나.”

배워 보니 어떤가
“과대평가 돼 있다는 느낌이다. 되는 것처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로 되게 하려면 한참 걸릴 영역이 많다. 여러 가지 딥러닝 기술이 발표됐지만 상용화까지 시간이 있다. 일찌감치 착수한 회사(네이버, 엔씨소프트 등)보다 늦긴 했지만, 많이 늦은 건 아니다. 크래프톤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진행해도 맞겠다고 판단했다.”

딥러닝 사업 하겠다 하니 이사회 반응은?
“보통 회사들은 저명한 딥러닝 연구자를 모셔오는 식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CEO인 내가 직접 해보겠다 하니 오히려 좋아하더라. ‘우리도 안 낄 수 없어서’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구나, 하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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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의 지향점, 버추얼 프렌드 

김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많은 딥러닝 개발자를 영입하겠다”며 목표는 100명이라고 했다.
현재 크래프톤 딥러닝 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넷.  ①인간과 일상 언어로 대화하는 ‘언어 모델’,  ②영역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오픈 도메인’, ③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감정까지 입히는 ‘보이스 액터’, ④사물의 외형과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캐릭터 애니메이터’

이중 한국어 AI 언어모델은 크래프톤-보이저엑스가 공동 개발 중인데, 올해 안으로 완성된다고.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는 세이클럽 ‘원클릭 채팅’을 만든 학부생 개발자로 유명하다. 그 시절부터 장병규 의장과 연을 맺었고, 장 의장은 보이저엑스 공동창업자 겸 투자자다.

최종 지향점이 뭔가?
“궁극적으로는 버추얼 프렌드(가상 친구)를 만들고 싶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이마’, ‘수아’ 같은 가상 인간 스타)와는 다르다. 실시간 상호작용이 되는 하나의 인물이다.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몰입감 있게 상호작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저 넷(언어모델, 오픈도메인, 보이스 액터, 캐릭터 애니메이터)이다. 이걸 연결하면 버추얼 프렌드 프로젝트가 된다.”

버추얼 프렌드는 게임에 넣는 건가?
“기본적으로 게임 안에서 만날 수 있지만, 독자적인 앱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그게 언제쯤 되나?
“현재는 4가지 요소 기술을 각각 비즈니스로 만드는 게 목표다. 버추얼 프렌드를 만들 때까지 연구하는 게 아니라, 4가지 프로젝트를 개별 사업화하는 거다. 그래야 ‘이런 것도 되네’가 아니라 ‘이런 걸 쓰네’ 수준으로 기술이 고도화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걸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뭔가’를 계속 본다.”

상용화된 제품은 언제쯤 나올까?
“4개 프로젝트가 각각 서비스를 낼 거다. AI와의 친구같은 대화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본다. 챗봇일 수도 있고, 페르소나를 가진 캐릭터와 대화일 수도 있다. 그 다음 레벨로 대화형 게임도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3월 VCNC의 메신저 앱 비트윈 운영부문을 인수해 자회사 ‘비트윈어스’를 세웠다. 10년간 쌓은 비트윈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고스란히 넘겨받았으니, AI 대화 모델에서 질러 가는 길을 확보한 셈이다. 김 대표는 데이터셋 활용 관련 질문에, “아직은 딥러닝 연구에 어떠한 직접적인 유저 데이터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또한 우리는 작은 스타트업과는 달리, 개인정보보호 등을 적법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회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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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본질, 인터랙션 

딥러닝에 도전하는 테크 기업은 저마다의 자산이 있다. 네이버는 한국어 웹문서와 데이터셋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는 카카오T를 통해 택시·내비 등의 운행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AI센터를 10년 넘게 운영했다.

딥러닝에서 크래프톤의 강점은 뭔가?
“게이머들과의 상호작용을 설계해 본 경험이 많다는 강점이 있다. 한국어 언어모델도 조만간 완성될 것이고. 우리는 (IPO 후 자금 조달 등의) 가용 자원이 있으면서도, 스타트업에 가깝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CEO가 직접 팀을 꾸리고, 회사 규모에서 나오는 투자는 있으면서, 실용적인 걸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딥러닝을 현실에 빨리 적용하고 싶은 분들은 지원할 것이다.”

회사의 정체성이 바뀌는 것인가?
“게임의 개념을 확장하는 거다. 게임을 쪼개 보면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설계하고(인터랙션 디자이너),세계를 만들어(월드 빌더), 즐거움을 선사하는(펀 메이커) 것이다. 크래프톤의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으니, 다른 미디어와 융복합을 해서 영역을 넓히고 우리만의 강력한 세계를 만들 거다. 딥러닝도 이 노력의 일환이다. IPO 과정에서 이런 회사의 생각을 정리해 공유할 기회를 갖겠다.”

연구센터는 안 만드나?
“나중에는 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 관심사는 아니다. 이건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B2C 사업이다. 기술을 얻고 발전시키기 위해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꼭 게임이 아니어도 된다.”

얼마 투자한다는 목표 수치가 있나.
“스노볼링(눈덩이를 굴리듯 키워감) 방식으로 키워 갈 거다. 배그 개발 때도 회사는 ‘몇 장 팔 거냐’ 했지만 나는 ‘모른다’고 했다. 결과를 예측하려면 자꾸 과거를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배그는 기존의 얼리액세스 게임 최다 판매기록을 20배 뛰어넘었다. 디지털 세상의 미래는 숫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크래프톤의 힘, 다양성  

‘배그’라는 강렬한 히트작 때문에 ‘하나만 파는 회사’로 보일 수 있지만, 크래프톤은 그간 사업을 다변화 해왔다. 지난해 회사를 ‘펍지·블루홀·라이징윙스·스트라이킹디스턴스’의 4개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했다. 4개 스튜디오는 각각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초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펍지 엔터테인먼트’를 세웠고, 하반기에는 미생·시그널의 이재문 PD가 세운 영상제작사 ‘히든시퀀스’에 5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가 됐다. 배그 IP를 활용한 드라마·영화·웹툰등을 만들겠다는 것.

크래프톤의 비(非) 게임 분야는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나?
“개별 사업들의 궁극적인 연결점은 있지만, 이를 탑다운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버추얼 프렌드가 목표니까 각자 여기에 맞게 일해’가 아니다. 버추얼 프렌드와 무관하더라도 각각 독립적 요소 기술이 되고 비즈니스가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사업도 다양해질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다. 직원 국적도 다양하다.”

구성원과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는데, 크래프톤 문화에서 지키려는 게 있다면?
“글로벌 협업이 가능한 문화. 크래프톤의 핵심 경쟁력이다. 시차와 언어 장벽 같은 비효율이 분명 있지만,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며 충돌할 때다른 조직이 만들 수 없는 생산성과 가치가 나온다. 이 점은 배그의 개발 과정과 결과에서 확인됐다. 사내에 30명 이상의 동시통역팀이 있어서 누구나 언어 장벽 없이 협업한다. 이는 계속 유지할 것이다.”

김창한 대표(맨 왼쪽)와 7개월 간 매주 세미나를 한 크래프톤의 딥러닝 팀원들. 왼쪽부터 김훈, 염화음, 알베르토 세레제르.. 사진=우상조 기자.

김창한 대표(맨 왼쪽)와 7개월 간 매주 세미나를 한 크래프톤의 딥러닝 팀원들. 왼쪽부터 김훈, 염화음, 알베르토 세레제르.. 사진=우상조 기자.

배틀그라운드는 버티는 게임이다. 최후의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그게 내가 될 때까지. 현란한 공격 기술도 필요하지만 인내하며 기회를 보고, 때로 몸을 낮추기도 해야 한다. 배그의 성공까지 여러 번 실패를 겪었던 김 대표의 개발 인생과도 겹치는 면이 있다. 김 대표는 크래프톤 지분의 1.21%를 보유하고 있어, IPO 후 회사 시총에 따라 수천억원 대 자산가가 된다(최근 장외 주가 기준 크래프톤 시총은 25조원 대).

CEO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할은?
“엔지니어 출신이니까, 전체 기술을 파악하고 삶의 변화 속에 크래프톤의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것 아닐까. 기술이 실제 우리 삶과 연결되게 하는 중간 연결자로 봐주시면 좋겠다.”

김창한은 왜 오늘 열심히 사나?
“사명감?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과 규모로 경쟁이 어렵고, 소수 인력으로 세계에 영향을 줄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배틀그라운드라는 콘텐츠 하나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오리지널 IP를 만들고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

※위 리포트는 지난 6월 3일 팩플레터 구독자들에게 먼저 이메일로 발송되었습니다. 잘나가는 혁신기업에 대한 심층 리포트를 이메일로 받아보시려면 👉 팩플레터를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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