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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위험' 헬리코박터 없앴더니…뜻밖에 이 병까지 좋아졌다[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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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거하는 제균(除菌) 치료를 통해 당화혈색소 수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
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공동 제1저자 김원석 전문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용훈 교수)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혈당 변화를 최장 5년에 걸쳐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증과 대사증후군 위험도 간의 관계를 규명해 주목받은 바 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제균 시 대표적인 대사 질환인 혈당장애가 개선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균 치료 환자의 추적 결과를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 및 비제균 환자군과 비교·분석했다. 혈당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혈중 포도당의 평균치를 추산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HbA1c)’가 사용됐다.

제균 효과 ‘65세 미만’ ‘남성’에서 뚜렷
분석 결과, 제균 치료 환자군은 치료 후 1년이 지나자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감소하며 혈당 조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같은 기간 수치가 증가한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군이나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은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차이는 5년 후까지 지속했다.
 또한 연구팀은 제균 치료에 따른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집단이 ‘65세 미만’과 ‘남성’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65세 이상에서는 헬리코박터 이외에 노화로 인한 고혈압·당뇨병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비롯해 위암과 대사증후군에 취약하기 때문에 제균 치료의 이점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그동안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후 장기간에 걸친 혈당 변화를 분석한 연구가 국내외에 모두 없었던 상황에서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향후 헬리코박터균이 전신 대사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규명하고 종합적인 치료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위장 병변을 예방하고 위암 수술 후 사망률을 낮추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간 혈당 장애가 개선되는 이점을 추가로 규명했다”며 “특히 65세 미만 대사 질환이 있는 남성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검사 및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향후 연구 방향과 관련해 “본 연구에 이어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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