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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씨 백두산ㆍ한라산 읊은 시 낭송/평양 범민족음악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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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막연설때 「수령…」말만 나오면 일제히 기립박수/축하공연 참가 예술인들 “예술선수”처럼 일사불란
○…18일 저녁 합수제에서 백두산 천지의 물을 청자주전자에 담아 음악회 준비위원장 윤이상씨에게 전한 피바다 가극단의 무용단원 김은하씨(33)는 『우리땅 양끝의 물이 한데 합쳐지는 순간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기쁨의 눈물이 핑돌았다』고.
연출가 생활을 하다 은퇴한 자신의 아버지 김걸씨(67)도 경상도 사천 출신으로 해방후 북으로 왔다며 『통일되면 고향을 꼭 구경시켜 준다던 아버지의 꿈이 기대보다 한결 빨리 이루어질 것만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합수제 물을 따라 마신 물컵은 만수대 창작사의 우치선ㆍ임사준씨가 만든 것으로 연회에 참가한 7백여명은 각자 하나씩 기념으로 선물받았는데 두고두고 기리겠다며 모두들 싱글벙글.
한편 윤이상씨는 백두산과 한라산을 의인화해 『우리민족이 항상 우러러보는 백두산,위대하고 장엄한 사랑의 백두산 천지의 이 깨끗한 물아…』라는 내용의 시를 낭송.
○…18일의 개막행사때 단상 중앙에는 장철 문화예술 부부장(부총리)이 앉고 그 양편에 윤이상씨와 서울 전통음악연주단 황병기 단장이 자리잡았으나 복도를 지나가거나 단상으로 들어설 때는 윤씨가 장철 문화예술 부부장보다 앞장서는 등으로 윤씨의 지위와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했다.
또 개막연설도중 「위대하신 수령…」이란 말만 나오면 단상단하의 모두가 일제히 일어났으나 윤씨만은 그대로 앉아 있어 눈길을 모으기도.
또 이 음악회 참가자 전원에게 발급된 ID카드에도 「남측」「북측」식으로 표시하는 등 「순수한 통일음악잔치」라는 느낌이 들도록 배려했으나 ID카드 뒷면에는 「조국은 하나다」가 아니라 「조선은 하나다」라고 적혀 있기도.
○…범민족통일음악회 개회식 직후 열린 축하공연은 연인원 5천명이 출연하는 인민상 계관 작품으로 여러차례 공연 경험이 있는 탓에 약 80분간의 공연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돼 체조선수들의 완벽한 연기를 연상시켰다.
서울 전통음악 연주단의 한 단원이 예술인이라기보다 「예술선수」로 표현하리만큼 동작이 일사불란했으며 서장과 종장을 포함해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날 프로그램은 「수령님께 드리는 행복의 노래」「수령님 사랑속에 행복할수록」「햇빛 넘친 인민의 낙원」「수령님과 당을 따라」「만수축원의 노래」 등 충성과 관련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음악회에 참가한 연주단체는 모두 15개로 남북을 제외하고 13개였는데 특히 소련에서 온 동포 음악인들은 지역별로 연주단을 구성해 ▲타슈켄트 도라지 예술단 ▲카자흐스탄 아리랑 가무단 ▲카자흐스탄의 메아리 음악단 ▲나홋카 음악가 대표단 ▲사할린 고려예술단 ▲하바로프스크 조선민족문화센터 대표 ▲모스크바 음악가일행 ▲카자흐스탄 카라칸다 조선음악가 일행으로 나뉘어 입장.
입장식에서는 각 단체 대표들이 인사를 했는데 중국ㆍ일본(조총련)연주단의 대표는 특별히 「위대한 수령과 지도자 동지」에게 초청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 북한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평양=김경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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