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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대통령 속히 만나길 고대”/김일성 면담­판문점 도착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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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 “김 주석 「총리각하」 불러 놀라”/1차때보다 서로 더 이해” 작별
○노 대통령의 안부 전해
▷강 총리­김 주석 면담◁
○…강영훈 총리는 18일 오후 3시 정각 평양시내 금수산의사당(일명 주석궁) 현관에 도착,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김 주석 집무실로 향했다.
강 총리가 주석집무실 입구 20여m 떨어진 지점에 이르자 집무실 문이 열리면서 김 주석이 반갑게 강 총리를 맞았다.
김 주석과 강 총리는 뜨거운 악수를 교환하면서 『반갑습니다』.『잘 오셨습니다』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 복판에 장방형 탁자가 마련돼 있었고 동서로 마주보는 자리에는 강 총리와 북한 연 총리가 앉았으며 김 주석은 남북 양 총리의 한가운데 좌정.
○…강 총리가 먼저 『주석 각하,제가 서울을 떠날 때 노태우 대통령께서 김 주석에게 정중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씀했습니다』고 하자 김 주석은 『감사합니다. 노 대통령께서 건강하신지요. 서울에 가시면 나의 인사를 전해주시오』라고 대답했다.
이어 강 총리가 『제가 서울을 떠날 때 노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말씀이 계셨습니다만 김 주석께서 남북 관계개선을 위해 총리회담을 개최하게 한 데 대해 인사를 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고 말하자 김 주석은 『피차 마찬가지지요. 귀측의 호응으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 대해 나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고 답했다.
○…김 주석과 강 총리와의 단독면담은 사진촬영을 위해 약 3분간 공개되고 모두 20여분간 진행됐다. 사진촬영 중 김 주석이 『강 총리 고향이 북쪽이라면서요』라고 말하자 강 총리는 『네,그렇습니다. 45년 전에 평양을 거쳐 서울로 갔습니다. 연 총리를 두번째 만나니까 친근하게 여겨집니다』고 말했다.
김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귀측이 우리측 제의에 호응해 나섰기 때문에 나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평양에서 양측이 여러 가지 진지한 얘기를 서로 나누어 결실을 맺을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니 앞으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희망합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대표단과 10여분 환담
○…강 총리를 제외한 우리측 회담대표 6명과 수행원 3명 등 9명은 오후 3시10분쯤 주석궁 현관에 도착 10분간 집무실 옆 대기실에 머무른 다음 3시21분쯤 집무실에서 김 주석과 면담.
김 주석은 현관 입구에서 강 총리의 우리측 대표단 소개로 홍성철 통일원장관ㆍ정호근 합참의장 순으로 일일이 악수를 하며 반갑게 맞았다.
김 주석은 우리측 회담대표 및 수행원과 인사를 끝낸 다음 『자,모두들 앉읍시다』며 직사각형 긴 탁자 북쪽 중앙에 좌정했다.
김 주석과 우리 대표단과의 면담은 오후 3시21분부터 3시30분까지 약 10분간 진행됐는데 김 주석은 우리 대표단에 최고의 경어를 사용하면서 시종 밝은 표정으로 따뜻이 환대했다.
김 주석은 우리 대표단과의 면담이 끝난 오후 3시30분부터 35분까지 5분간 주석궁 중앙홀에서 남북 양측 대표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으며 촬영이 끝난 다음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정면벽엔 백두산 그림
○…분단 45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 총리가 북한 김일성 주석을 만나던 날,평양의 가을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같은 경내에 위치한 숙소 백화원초대소에서 주석궁까지는 승용차로 불과 5분 정도 걸리는 지척의 거리였다.
금수산의사당의 중앙홀 돔위에는 인공기가 펄럭였으며 현관 앞에는 분수대가 물을 뿜어대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면 대리석 벽이 시원하게 열려져 있고 중앙통로에는 붉은 색 카핏이 깔려 있었다.
현관에서 중앙홀에 이르는 회랑에는 대형 샹들리에가 중앙 4개,양쪽 5개씩 모두 14개가 장식돼 은은하면서도 호화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중앙홀 정면벽(기념촬영 한곳)에는 백두산 삼지연의 봄풍경을 그린 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고 중앙홀 양 옆에는 오엽송 분재가 놓여있었다.
중앙홀에서 집무실로 가는 또 하나의 널따란 회랑에는 대형 한반도모형이 놓여있었으며 천장 높이는 약 50m 정도로 매우 놓게 보였다.
○홀가분한 마지막 날 만찬
○…강영훈 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 일행은 18일 오후 8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천리마거리 목란장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
양 의장 좌우 주빈석에 앉은 강 총리와 연형묵 총리는 2차 본회담을 마치고 김일성 주석 예방까지 끝난 뒤여서 홀가분한 분위기 속에 환담.
양 의장은 만찬사에서 『구두쟁이 셋이면 제갈량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며 『민족 앞에 책임을 진 정치인으로 남조선의 국회의원들과 손잡고 민족 재생의 길을 함께 걸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피력.
강 총리는 답사에서 『통일을 이룩한 동서독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의 축적이야말로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이 가야 할 길』이라고 지적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 양보하는 대화의 숨결 속에 증오와 대결의식은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
○김,노 대통령에 선물 보내
○…강영훈 총리는 19일 오전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서 김일성 주석이 노태우 대통령 내외에게 보내는 선물 목록을 전달받고 연형묵 총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강 총리는 이에 앞서 북측 안병수 대변인과 만나 『1차회담 때보다 양측 입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두분 정상이 빨리 만날 수 있도록 쌍방 대표단이 열심히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강 총리는 숙소현관 입구에 도열한 여성 접대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평양 체류기간 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는데 여성 접대원들은 『빨리 통일합시다』고 인사.
남한 대표단 일행이 떠나는 19일 북측은 금수산의사당 방문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 일행의 활동상황을 담은 사진첩을 만들어 강 총리 등 우리측 회담대표 7명과 수행원 2명에게 전달했고 남측도 이에 대해 많은 선물들로 답례했다.
○3차회담 교량역할 다행
○…강영훈 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 7명은 오후 1시28분 북측의 벤츠승용차를 그대로 타고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 앞에 도착했다.
강 총리는 북측의 최우진 대표 등에게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최 대표 등은 『안녕히 돌아가십시오』라고 정중히 인사.
대표단이 도착한 평화의 집에는 김동영 정무장관,이연택 총무처장관,송한호 통일원차관,안치순 총리실행조실장,이진 총리비서실장과 안기부 관계자 등이 나와 영접.
이어 강 총리 등 대표단과 수행원ㆍ기자단 전원은 평화의 집 3층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꼬리곰탕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들며 환담. 강 총리는 식사에 앞서 『판문점을 넘어갔다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양측의 공통점에 대해 합의문을 만들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3차회담으로 이어가는 교량역할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인사.
강 총리는 『나는 「주석님」이라고 불렀는데 김 주석이 나를 「총리각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김 주석은 매우 건강해 보였고 건강비결을 묻자 「낙천주의」라고 대답하더라』고 소개.<평양=안희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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